학교장추천전형 선발 학우, 학교 적응에 어려움 겪어

우리 학교는 지난해 사교육을 줄이고 창의적이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할 목적으로 학교장추천전형을 시행해 133명의 학우를 선발했다. 그러나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우들이 생소한 교육 과정과 정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학생부 성적보다는 잠재력 위주로 선발된 학우들이 그 능력이 발휘되기도 전에 적응 과정에서 좌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잠재력 발휘하기도 전에 어려움 겪는다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입학한 A학우는 “수업을 들으려면 인문계고등학교(이하 인문계고) 선택과목 수준 이상의 기초가 필요한 것 같다”라며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만 착실히 따라갔던 학생은 영어 강의와 수준 높은 수업에서 벽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우리 학교의 기초필수과목과 연계되는 고등학교의 물리Ⅰ,Ⅱ 등은 과학고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배우지만, 인문계고에서는 일부 과목을 선택해 듣는다.

B학우는 “동문사회가 없어 강의 정보나 공부에 대한 노하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토로했다. 10학번 학우 843명 중 과학고등학교, 영재고등학교 출신 학우는 519명이다. 이들은 함께 입학하는 동기도 있고 선배도 많다. 반면, 학교장추천전형 출신 학우를 포함한 인문계고 출신 학우는 234명이고, 동문을 찾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각종 과목, 학사 일정 등의 정보를 얻기가 비교적 어렵다.

성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 부담

이러한 어려움은 성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학교장추천전형 출신 학우 133명의 지난 학기 평균 평점은 3.01로, 10학번 전체 학우의 평균 평점인 3.36보다 낮았다. 일반계고 출신 학우 중 학교장추천전형에서 선발된 학우 133명을 제외한 101명의 평점인 3.16과도 차이를 보인다. 미적분학Ⅰ과목에서는 학교장추천전형 출신 학우를 대상으로 따로 반을 편성해 수업 내용과 평가를 달리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차이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C학우는 “학업 기초가 부족해 입학 직후 성적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학교는 성적에 따른 차등등록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성적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실효성 의심받는 학교 제도

학교에서는 학교장추천전형으로 입학한 학우의 적응을 돕고자 기존 후기 입학생에게 제공하던 브리지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튜토링 프로그램도 시행했다. 브리지 프로그램은 예비 신입생들이 입학 전에 동영상 강의로 우리 학교 기초필수과목을 대비할 수 있는 강의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튜토링 프로그램으로는 튜터를 배정받고, 그로부터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의 대상자인 학우들은 회의적인 분위기다. 먼저, 브리지 프로그램에서 제공된 동영상 강의의 수준과 질을 지적한다. 입학 이후 기초필수과목 수업을 따라가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튜터링 프로그램은 홍보 부족으로 참여가 저조하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