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한국인 과학자들이 양자 컴퓨터의 핵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그동안 기존 컴퓨터의 기본 연산자인 비트 역할을 하는 전자스핀의 수명이 짧아 양자 컴퓨터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정보 저장용 전자스핀의 수명이 종전 대비 100만 배나 늘어났다. ‘꿈의 컴퓨터’라 불리는 양자 컴퓨터 연구에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린 만큼 앞으로 양자 컴퓨터 개발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기대된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양자 컴퓨터에 대해 알아보자.

양자 비트로 병렬 연산해
양자 컴퓨터는 연산 처리에 큐빗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컴퓨터와 다르다. 큐빗은 양자(quantum)와 비트(bit)의 합성어로, 기존 컴퓨터의 비트와 달리 0과 1뿐 아니라 0과 1의 중첩상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는 고전역학에 기반을 두고 비트를 사용해 차례대로 연산한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는 양자역학에 기반을 두고 전자스핀 등의 큐빗을 사용해 연산한다.
예를 들어, 병렬로 연결된 1,600대의 고성능 컴퓨터가 129자리 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8개월이 걸린다고 하자. 위의 계산을 양자 컴퓨터 한 대를 이용하면 몇 시간 내로 처리할 수 있다. 병렬적 연산을 통해 기존 컴퓨터보다 획기적으로 빠른 연산이 가능한 것이다.
이는 양자 전산이 큐빗의 얽힘 상태를 이용해 데이터를 병렬처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얽힘 상태란 입자가 여러 개 있을 때, 각 입자의 상태가 다른 입자의 상태와 연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쉽게 말해, 중첩된 여러 개의 입자 중 어느 한 입자를 관측했을 때 그 입자의 관측 때문에 다른 입자의 상태가 바뀌면 얽힘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비트 10개와 큐빗 10개의 연산속도를 비교해보자. 고전 전산에서 1,024개의 입력을 연산하려면 순서대로 처리해야 하지만 양자 전산은 각 입력을 모두 중첩해 한꺼번에 연산할 수 있다.
큐빗 10개가 가질 수 있는 상태를 모두 중첩하면 {0, 0, …, 0}, +……+{1, 1, …, 1}과 같이 표현된다. 이는 0부터 1023까지의 입력을 나타내는 상태가 중첩된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이 상태에서 조건부 연산을 통해 1,024개의 데이터를 병렬 처리할 수 있다.
만약 비트 수가 100개라면 이를 병렬 처리하는데 2100대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큐빗 100개를 지닌 양자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된다.

가역적 연산으로 에너지 소모 적다
기존 컴퓨터는 주로 AND 연산을 하는데, 이는 비가역적이다. 두 개의 입력 신호가 있을 때, 이 연산은 두 신호가 모두 1이면 1을 출력하고 그렇지 않을 때 0을 출력한다. 만일 1이 출력되면 입력 두 개가 모두 1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0이 출력되면 입력된 두 신호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다.
비가역적 연산을 주로 하는 기존 컴퓨터는 새로운 연산과정을 거쳐 생성된 정보를 지워야 하므로 추가적인 에너지 소모가 불가피하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연산의 결과로 생성된 정보를 지울 때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다. 이는 양자 전산이 가역적이어서 결과에 해당하는 정보를 지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연산의 오차를 결정하는 결맞춤 시간
양자 컴퓨터는 양자계를 하드웨어로 이용한다. 양자계란 핵, 전자, 원자, 광자 등이 상호작용하는 계를 뜻한다. 이 양자계에는 결맞춤 시간이 존재한다. 결맞춤 시간이란, 양자계가 0이나 1인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결맞춤 시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양자계가 외부 간섭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맞춤 시간 안에 연산을 끝내지 못한다면, 양자계가 외부간섭에 의해 0이나 1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시간이 지날수록 연산 결과가 틀릴 확률은 점점 커진다.
이 때문에 양자 컴퓨터 연구는 좀 더 긴 결맞춤 시간을 지닌 양자계를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큐빗의 종류나 큐빗을 격리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결맞춤 시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더 긴 결맞춤 시간을 지닌 큐빗을 찾아내기 위해 큐빗의 종류와 격리방법을 달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선 큐빗의 종류를 살펴보자. 현재 큐빗의 에너지 고유 상태, 전하의 수, 스핀 상태를 달리해 연구하고 있다. 이때 큐빗이 될 수 있는 조건은 구성 입자들이 잘 정의된 두 개의 양자 상태를 가지고 있어 0과 1을 잘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입자들이 상호작용해야 하며 외부와 단절되어 결맞춤 시간이 길어야 한다.
큐빗을 격리하는 방법에는 큐빗을 공중에 띄우거나 분자 속, 양자 우물, 고체 속에 격리하는 방법 등이 있다. 공중에 띄우는 방법에는 이온덫, 액체 헬륨 표면의 전자, 자기장 등으로 전자를 구속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양자 우물로는 양자점이나 초전도소자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방대한 자료 해석에 이용될 양자 컴퓨터
양자컴퓨터는 가능한 많은 경우의 수를 연산해야 하는 복잡한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양자 컴퓨터가 수십억 개의 세포 염기쌍을 전부 기억해야 하는 유전자 약물 개발이나 수백만 종의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의 공급 유통망 관리에 이용될 수 있다.
또한, 사진과 지문 관련 제반 자료가 담긴 많은 양의 데이터베이스도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한꺼번에 즉시 대조, 확인하는 게 가능해 경찰 등의 검문 업무 등에도 유용할 전망이다.
최근 네덜란드 트웬테대학, 일본의 도호쿠 대학과 브리스틀대학, 이스라엘 바이츠만 연구소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양자컴퓨터에 필수적인 광회로칩을 개발했다. 광회로칩은 전기가 아닌 빛으로 정보를 처리 저장할 수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초고속 양자컴퓨터 생산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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