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윤철희 카이스트신문사 전 학술부장

요즈음 신문의 연예 면을 뜨겁게 달구는 단어를 하나만 꼽아보자면, ‘거짓말’이 아닐까 싶다. 가수이자 MC인 신정환은 지난달 말에 필리핀으로 출국한 후 도박 빚 때문에 억류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자, 자신은 뎅기열로 입원 중이라며 인증 사진을 올렸으나 곧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가수 MC몽(본명 신동현)은 허위 사유에 따른 입영 연기와 정상 치아 발치로 말미암은 병역 면제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미니홈피에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겠습니까”라며 생니를 뽑은 적은 단연코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17일 그는 허위 사유로 입영을 수차례 연기하다가 멀쩡한 이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그들은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이 직접 글을 올려 해명하려 했다. 그들이 올린 글의 내용은 자신이 억울하다는 감정적인 호소가 대부분이었지만, 적어도 잠깐은 날아오던 비난의 화살을 주춤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어느 연예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필리핀까지 찾아가서 신정환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을 밝혔고, 경찰은 끈질긴 수사로 MC몽이 병역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밝혀냈다.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난 후, 그들은 더욱더 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신정환은 국내 여론이 극단적으로 악화하고 경찰이 도박에 관련해 수사 착수 의사를 밝히자, 아직도 입국하지 않고 외국에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MC몽도 미니홈피 글을 마지막으로 침묵하고 있다. 분노한 여론은 그들을 방송에서 영구히 퇴출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그들이 녹화된 프로그램이 방송될 때마다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한 프로그램에서는 신정환이 한국에 있을 당시 촬영한 녹화분에서 신정환의 얼굴이 거의 나오지 않도록 극단적으로 편집하기까지 했다. 현재 그들은 고정적으로 출연하던 모든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상태다. 사실상 방송계에서 퇴출당한 것이다.
이들은 왜 거짓말을 한 것일까. 언젠가 ‘이산’이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동궁 역을 맡은 아역 배우가 울부짖으며 내뱉던 대사가 뇌리에 박혀 기억에 남은 적이 있다. “거짓말을 왜 하는 줄 아세요? 그건 무서워서 하는 거에요”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이 드러나는 것을 무서워한다. 이미지가 생명과도 같은 연예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미지 실추가 두려워 감정적인 호소와 거짓말로 어떻게든 논란을 무마해보려 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도 같았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만으로도 충분히 비난을 받을 만했지만, 그들은 뻔히 드러날 어설픈 거짓말로 더욱 큰 공분을 사게 되었다.
누구나 살면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드러내기 싫어한다. 잘못이 남에게 알려질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는 거짓말로 어떻게든 그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유혹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 한다. 거짓말은 자신을 일시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 줄지도 모르지만, 곧 또 다른 거짓말을 낳아 나중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을. 또한, 언젠가는 거짓임이 밝혀져서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이것은 조그마한 아이부터 배우는 학생, 그리고 한국을 이끌어 나가는 정치인까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이자 세상의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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