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매학기 수강 신청과 변경 기간 때마다 반복되던 교양과목 수강 신청 ‘전쟁’이 내년 봄 학기부터는 조금 완화될 모양이다. 인문사회과학과와 교무처, 학생처는 내년 봄 학기부터 대형 강의를 중심으로 7~10개 강좌를 신설하고, 반복적으로 수강 인원이 초과하는 과목들의 수강 정원을 확대함으로써 교양과목 수강 정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형 강의를 신설해 수강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한 것은 현재의 교양과목 정원 부족 무제가 수강 정원을 몇십 명, 몇백 명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목당 수강 정원의 확대가 가져올지도 모를 수업의 질 하락을 막을 수 있는 별도의 대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교양과목 수강 신청 ‘대란’은 2007년 이후 신입생 숫자가 700명 내외에서 1,000명 내외로 대폭 확대되었고, 영어 강의 전면화에 따라 영어로 교양과목을 담당할 대우교수를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두 가지 근본 원인에서 초래되었다. 세계 초일류 이공계 대학을 목표로 하는 우리 학교라면 교양과목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대형 강의 중심으로 수강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전임교수와 대우교수를 대폭 확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학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일단은 대형 강의 중심으로 교양과목 정원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유익하고 흥미로운 교양과목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학부과정 학생들의 강좌 선택권 또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교양 교육의 질은 얼마나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양 교육의 다양성이란 문학ㆍ예술ㆍ인문ㆍ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의 교과목이 개설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20명 내외의 소수 학생이 수강해 토론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강좌에서 수백 명의 학생이 수강해 교수의 강의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강좌까지 형식 또한 다양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러나 우리 학교의 경우는 고질적인 교양과목 수강 정원 부족 문제로 토론 중심의 소규모 강의는 개설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대형 강의 중심으로 교양과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은 기존 교양과목의 수강 정원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토론 중심의 소규모 강의를 활성화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교육과 연구는 대학의 핵심 기능이고, 교양 교육은 대학 교육과 비정규 교육을 구분하는 핵심 기능이다. 이번 교양과목 정원 확대 계획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을 디딘 것일 뿐,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학부과정 학생들이 다양한 교과목 중에서 자신이 배우고 싶은 교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배울 수 있도록 교양과목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