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문을 발행하는 일이 언제는 여유롭고 시간이 넉넉하랴마는, 이번 호는 카포전과 편집기간이 겹치고, 추석 연휴 탓에 발행이 당겨지는 시너지 효과로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편집 기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편집기간의 정점에 내 생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아무리 바빠도 생일날 아침에는 꼭 집에 가서 항상 어머니가 끓여주시는 미역국을 먹어 버릇했었는데.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생일 전날, 울며 겨자 먹기로 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항상 그렇듯이 예고되지 않았던 사건이 날 당황스럽게 했고, 기사는 좀처럼 풀리지 않아 짜증스러웠다. 후배 기자가 써오는 기사는 영 마음에 차지 않아 끊임없이 교정을 거듭하게 했다. 그렇게 빠르게 하루가 지나갔다.
어느새 12시가 되어 내가 태어난 지 19년째 되는 날이 되었음을 알렸지만, 내가 그걸 실감한 건 우리 부서 후배 기자 둘이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을 때였다. “빨리 카메라 들어라”라고 눙치며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실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을 신문사에서 삭막하게 보내다니”라는 불평도 사라졌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평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만큼 신문사 기자들이 내게 가장 편한 사람들이다. 비록 항상 마감에 쫓기고, 선배 기자의 압박과 후배 기자의 미숙함 사이에서 시달리지만,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도 이 사람들과 함께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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