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세계적으로 디자인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자인 경영이란 어떤 분야인가

- 한마디로 말해서 디자인을 경영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체계를 연구하는 분야다. 디자인은 제품, 광고, 건물, 환경 등 모든 인공물의 형태와 기능이 조화를 이루게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속담처럼 형태가 아름답고 쓸모가 뛰어난 물건을 만들어내는 디자인은 경영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영을 성공으로 이끌어가려면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디자인 경영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국제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여러분야에서 창조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남들과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독창적으로 해결해야만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 감성적으로 고객을 만족하게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려면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디자인 경영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

경제적 불황기일수록 디자인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굳게 닫은 지갑을 열려면,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29년에 시작된 세계 대공황기에 산업디자인을 꽃 피웠다.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우수한 디자인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호황과 불황이 순환된다는 점과 신제품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불황기에 디자인에 투자해야 호황기가 왔을 때 큰 열매를 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세계적 경제 위기인 지금, 기업들이 상상력, 감수성, 직관력을 바탕으로 하는 디자인 사고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경영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디자인 경영에 주목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떤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기업이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게 될 것인가

- 많은 기업이 디자인 경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1980년대 까지 디자인 경영은 제조업에서 크게 성행했다.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점차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 등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디자인 경영의 영역이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등으로 넓어졌으며, 요즘은 금융, 물류, 유통 등 서비스 산업에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카드가 기업 정체성의 개혁, 알파벳을 주제로 하는 독특한 카드 서비스와 특이한 광고의 개발 등 독창적인 디자인 경영으로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 엄청난 흑자를 거두고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인 NHN도 작년에 대한민국 디자인 경영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동안 디자인 경영은 주로 규모가 크고 자금이 풍부한 기업에서 성행했지만, 이제는 한계를 벗어나 중소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 자치단체들도 디자인 경영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기업들은 어떤 방법으로 디자인 경영을 도입하나

- 회사의 업종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규모가 큰 디자인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경우, 외부 디자인 컨설팅업체와 협력하는 경우, 소규모의 디자인 부서를 두고 외부조달을 하는 경우 등으로 나뉜다.

먼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 자동차 등은 각각 구성원이 수백 명이 넘는 대규모의 디자인 경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자의 직급도 상무, 전무, 부사장에 이르고 있어 디자이너 중역 시대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한편, 금융이나 유통 등 서비스 업종이나 디자인해야 하는 품목의 수가 적은 중소기업은 외부의 디자인 컨설팅 업체를 선정, 활용한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는 특정 디자인 분야의 인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디자인 부서를 운영하는 부담을 덜려면 외부 디자인 회사 중에서 가장 합당한 곳을 선정해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디자인은 CEO의 책임’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지원이 디자인 경영의 성패를 좌우한다. 실제로 디자인 경영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의 경우를 보면, 최고경영자가 앞장서서 디자인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이른바‘디자인 챔피언’의 구실을 하고 있다.

 

기업이 디자인 경영을 도입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 무엇보다,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은 금물이다. 흔히 ‘벤치마킹’ 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회사의 디자인 경영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일이다. 다른 회사에서 성공한 방법이 우리에게도 맞는다는 법이 없고, 이미 남들이 하는 것을 답습해서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CEO가 디자인 경영을 위한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좋지만, 디자인 프로세스에 간섭하거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영국식으로 말하자면‘한 팔 거리 정책(Arm's length policy)’을 따라야 한다. 한쪽 팔 정도의 거리를 두고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경영자들은 물론 모든 구성원이 디자인 경영 마인드를 공유해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리더뿐 아니라 기업 구성원 개개인이 디자인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디자인은 기업 전체의 역량과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좋은 디자인을 얻으려면 연구개발 (R&D), 마케팅, 디자인, 생산, 영업, 홍보 등 모든 부서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라도 미비하면 결코 혁신적인 디자인이 구현될 수 없으므로, 기업의 모든 구성원들이 디자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삼성전자, 금호아시아나 그룹, 기아자동차 등 많은 기업이 디자인 마인드를 회사 전반에 뿌리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까지도 디자인에 주목하는 이 때, 학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앞서 구성원들의 디자인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는 모든 신입생이‘새내기 디자인(Freshman Design)’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이 과목을 이수하는데만 그치치 않고 일상에서 디자인 마인드를 실천했으면 한다. 어떤 분야를 전공하든 새로운 사고방식인 디자인 사고를 경험하는 것은 혁신을 이루어내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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