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후의 단순 보복성 처벌보다 범죄 예방 위한 사회 시스템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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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후의 단순 보복성 처벌보다 범죄 예방 위한 사회 시스템 마련해야
  • 배수정 기자
  • 승인 2010.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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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또다시 휴대전화가 울린다. ‘또 누구지?’하면서 화면을 보니, 역시나 엄마다. 엄마는 외출한 나에게 벌써 세 번이나 전화를 하셨다. “집에 들어오기 전에 꼭 문자 보내. 요즘 세상이 무서워서” 휴대전화 너머로 엄마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딸도 큰일을 당할까 봐 두렵다’는 것이 자식 둔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요즘 들어 계속되는 흉악한 성폭행 사건으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런 여론에 힘입어 ‘성폭력범죄자의 성 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 충동 약물치료법)’, 즉 ‘화학적 거세’를 인정하는 법안이 제정되었다. 이 법안은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19세 이상의 성인 중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게 약물치료를 통해 성욕을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약물치료가 성범죄 감소에 효과가 있을지는 논란이 분분하다.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성욕이 회복되는데, 미국 텍사스 주의 한 성범죄자가 치료 기간이 끝나자마자 수십 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사례도 있다. 또한, 약물치료를 받는 성범죄자가 불법적으로 남성 호르몬제를 구매해 투약함으로써 치료의 효과를 상쇄시킬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스스로 성범죄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 없이 강제적으로 치료를 집행하는 것은 오히려 극단적인 거부감이나 반발 심리로 역효과를 낼 것이다. 이렇듯, 그 효과가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은 처벌을 아무런 준비 없이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성 충동 약물치료법에는 여러 위헌적 요소가 있으며, 한 가정을 파괴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는 신체기능을 훼손하는 형벌을 금지하고 있는데, 약물을 이용한 화학적 거세는 이에 반하는 행위이다. 또한, 헌법은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는 연좌제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성 충동 약물치료법은 그 배우자의 성 생활권과 행복추구권을 빼앗는다. 또한, 강제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진행하는 것은 범죄자 본인뿐 아니라, 그 가족의 행복을 빼앗을 수 있다.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47.4%가 부모나 친인척이다. 과연 가족의 성욕을 제거함으로써 성폭력 피해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약물치료를 통한 처벌이 범죄자 본인뿐 아니라 오히려 한 가정을 파탄의 길로 빠뜨릴 수 있다.


물론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욕을 억제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복의 일환으로 범죄자를 심판하려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적인 환경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당수의 성범죄가 단순히 성욕이나 생리적인 문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들은 사회로부터 받은 소외와 상처에 대한 분노를 자기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아동을 대상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그들의 성욕을 다스릴 것이 아니라 이들이 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인지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정신적인 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성범죄자가 스스로 범죄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본다. 1인당 약물치료에 드는 비용이 연간 최소 300만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 비용을 부족한 아동 상담센터의 수를 늘리거나, 성폭력 전담 수사 인력을 보강하는 등 범죄를 예방하는 데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오늘도 걱정하실 부모님을 위해 외출하기 전, 약속 장소에 도착한 후, 귀가하기 전 이렇게 하루 세 번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낸다. 여전히 답장은 “어두운 데로 다니지 마라, 혼자 다니지 마라”라는 걱정이 담긴 내용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생각해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감사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언제 어디서나 이런 문자 없이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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