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학부총학생회장 박승

어느새 4년이 흘렀다.

 우리 학교는 대학 개혁의 선봉이 되었다.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대학평가순위가 올라갔다. 정부에서 여러 개의 큰 프로젝트를 따냈다. 빌딩이 많이 올라갔다. 기부금이 늘었다.

 수업료 역시 전국 최고가 되었다. 뒤에 있는 학생들은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수업료를 내게 되었다. 계절학기가 없어졌다. 학생회 선거가 파행으로 치달았다. 정치활동의 자유가 억압되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말로 다 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변화를 뒤로 한 채 서남표 총장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학부총학생회는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카이스트신문사와 공동으로 총장평가설문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호 신문의 기사에 자세한 분석이 잘 되어 있다. 문제는 이번 설문과 비슷한 설문이 그 전에도 여러 번 있었고 매번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이 비슷한 결과라는 게 학생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객관식 문항을 보면 학교의 일방 통보식의 정책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주관식 문항에서도 학교가 학생과 소통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4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보아온 우리 학교 학우들은 학교와의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학생들의 의사가 학교 정책 결정에 반영되기는커녕, 일방적인 정책 결정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학교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학내 공지로 알게 된 것보다 언론에서 보도함으로써 알게 된 적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다. 학우들은 학교가 학생들과 소통하며 중요한 결정을 합의로 함께 도출하기를 원한다.

 우리 학교는 총장 1인에게 너무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다. 원규집을 보면 각종 기구의 설치 또는 정책의 결정에서 대부분의 경우 ‘총장이 결정한다’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다른 학교에 비해 평의원회의 권한이 약하고, 이마저 언제 소집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유명무실하다. 다시 말해, 총장의 독주를 견제할 만한 어떠한 제동 장치도 없다.

 학교의 의사 결정에 있어서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에 대한 보장이 필요하다. 유럽이나 미국의 많은 대학들에서 학생들은 대학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데에 당당히 한 주체로서 참여하고 있다. University of California의 경우 대학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총장을 선임할 권한이 있는 이사회(Board of Regents)에 한 명의 학생 위원이 있다. University of Virginia는 이보다 조금 수준이 낮은 경우로 이사회(Board of Visitors)에 1년 임기의 학생 위원이 존재하며 의결을 위한 투표는 할 수 없으나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전통적인 권위는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권한은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의 권위가 높아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그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어진다. 오히려 권한을 더 나누어 다른 구성원들이 리더를 자발적으로 따르게 할 때 비로소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고 리더의 권위는 높아질 것이다. 학생들이 힘을 갖는다는 것이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 먼 일 같아 보이지만, 학부총학생회는 장기적으로 학내 의사 결정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를 명문화시키고 그것이 실제로 잘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후의 총학생회도 이 목표를 위해 힘쓰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한창 총장후보선임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론에 의하면 우리 학교 총장 공모에는 모두 13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이 중 최종 후보자를 두세 명으로 압축하여 이사회에 올리면 이사회에서 6월 중순에 차기 총장을 뽑게 된다. 현 총장이 연임을 하든 새로운 인물이 부임하든, 차기 총장은 학생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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