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및전자공학과 08학번 조인호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들은 가장 먼저 ‘IT 강국’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 학교를 한국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 한국은 IT 강국이며, 올해 초 타임지에서 발표했듯이 우리 학교는 세계 69위에 올라있는 한국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히 IT강국의 최고 과학기술대학답게 우리 학교의 네트워크 시스템도 잘 구축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상에 노출된 정보를 가지고 학교별 순위를 매기는 Webometrics의 세계대학순위에서 우리 학교는 179위에 그쳤다.

국내 1위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지만, 우리 학교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학교가 IT강국의 최고 과학기술대학인지 의아해 할 것이다. 포털의 경우 보안인증서의 문제로, MS 익스플로러조차 권장하지 않는다. SSO(Single Sign On) 시스템은 외부의 공격 없이도 스스로 다운되고, 기숙사 인터넷 또한 갑자기 끊겨버리기 일쑤다.

보안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재작년에는 수강신청시스템(KAIPA)의 보안실태가 드러나 비상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학우의 학번만 알면 그 학우의 모든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일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당장 급한 불만 끄기에 급급했다. 아직도 구글과 같은 검색사이트에서 ‘KAIST'와 학번 또는 이름을 검색하면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 특정 과목의 시험 점수 등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개인정보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서, 우리 학교의 네트워크 시스템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시행한 인터넷 보안 패치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는 지금 보안상의 이유로 ActiveX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보안패치 ActiveX를 설치하지 않으면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를 교체하거나 수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학우들의 개인정보 관리는 큰 비용이 들지 않음에도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들에 대한 투자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아직도 학교 내에서 무선인터넷이 접속되지 않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기숙사 내 인터넷 속도 저하문제도 심각하다.

얼마 전 김영하 작가께서 우리 학교에 특강을 하러 오셨을 때, 무선 인터넷에 문제가 있어 특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날 김영하 작가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하면 아직도 부끄럽다. “한국의 과학 기술 수준은 아직 이 정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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