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서해 바다에서  침몰했다. 천안함 인양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군의 정보 공개 문제로 시끄럽다. 보안 유지가 군의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국회 청문회에서는 천안함 교신 내용과 상황일지, 지휘관 명령과 같은 핵심 기밀을 전부 공개하라고 연일 요구하고 있고, 지난 15일 함미를 인양할 때는 절단면을 가까이서 볼 수 없도록 조치했더니 국방부 게시판에는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서해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하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바다를 지키다 불귀의 객이 된 우리 장병들을 생각하면 군이 정보를 공개해 사건의 전말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러나 기밀 공개가 불러올 피해를 생각하면, 내부 정보 공개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서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사건 발생 이후 2주간 공개된 사항은 대북정보수집 방법부터 군함설계도, 무기체계, 해군의 작전개념 및 방향 수정 상황에 이르기까지 1ㆍ2급 이상 군사기밀을 망라하고 있다. 지난 1일 군이 공개한 열상감지장비(TOD) 영상은 우리 군의 정보 수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려주는 결정적인 정보로, 이는 북한에게 어느 상황에서 작전을 펴는 게 좋겠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교신 기록을 전부 공개할 경우에는 우리 군의 통신 체계 자체를 바꿔야 하고, 함미 절단면의 구조를 공개하는 것은 북한이 우리 함정을 상대로 한 어뢰를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기회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천안함 내부 설계도와 사고 지역 해도 등이 공개됨에 따라 사고 이후 초계함의 설계도와 항로 변경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생긴 안보 공백을 메우는 데만 몇 년이 걸린다고 하니 안보 전문가들이 ‘대한민국 해군이 발가벗겨졌다’라고 말한 것도 이해가 간다. 세계에서 군사력이 가장 밀집되어 있는 곳이 한반도의 휴전선이고, 그 중에서도 백령도는 북한이 눈에 보일 만큼 가까운 대한민국 최북단의 섬이니 기밀 공개가 국가 안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기밀 공개를 원하는 사람들은 알 권리 요구와 함께 정보의 왜곡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군이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근거 없는 주장이 확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6ㆍ2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부의 자작극이다’, ‘선체 노후로 인한 사고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등 여러 음모론이 떠돌아다니고, 또 일부 언론은 이를 사실인 양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정보 공개를 꺼리는 군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비교적 관련 정황이 많이 공개되어 있는 9.11 테러에서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에도 음모론은 있어 왔다. 이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언론사가 음모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문화가 고쳐져야 할 일이지, 군이 소상히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근거는 될 수 없다.

국민은 국가의 주요 사안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군의 존재 목적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알 권리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면 그것은 국민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또, 군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유사 사건 발생 시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할 것이다. 천안함의 희생자들이 목숨을 바쳐 지키려 했던 것은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닌 국가 안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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