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를 떠나며
상태바
신문사를 떠나며
  • 박종건 학술부장
  • 승인 2019.05.28 1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가 기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일요일 새벽 신문사 책상에 앉아 하염없이 신문을 만들고 있는데, 불현듯 이러한 의문이 항상 제 머릿속을 파고들었습니다. 

“내가 쓴 기사를 누가 읽을까?”

 과연 한 명이라도 제가 만든 신문을 정성 들여 읽을까 하는 노파심이자, 매번 새벽까지 고생해서 만든 보람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신문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다가가는지 분명히 알 수 있어야 앞으로도 일을 계속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5개월 동안, 스스로 답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알아낸 답을 먼저 말하자면, 제 기사는 거의 아무도 읽지 않습니다. 그래도 기자로 활동하며 제가 쓴 글을 읽었노라고 인사말을 건네주는 이들이 가끔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몇 안 되는 사람을 위해 제가 밤새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일을 여태껏 한 것은, 신문을 만드는 과정이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교수님들께 찾아가 연구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은 분명히 즐거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8천 자가 넘는 글을 써본 것도 제게는 즐거웠습니다. 토요일마다 공짜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들은 월급으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하렵니다. 매달 원고료와 월급을 생활비에 보태 쓸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기사를 아무도 읽지 않아도 신문 만드는 일을 계속할 동기는 충분했습니다. 과정 속에 즐거움이 있는데, 저는 그것을 항상 다른 곳에서 찾으려고만 했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는 다른 일들도 다 똑같지 않은가 싶습니다. 누가 신문을 읽어주어야 신문을 만드는 의미가 있는 것만은 아닌 것처럼 말이죠.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은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꾸준히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말인데, 저는 이제야 진심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그렇게 살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