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대학원생 협동조합과 카이스트 학부생 협동조합이 합병을 통해 카이스트 협동조합을 출범시켰다. 각각 2014년과 2015년 설립된 대학원생 협동조합과 학부생 협동조합은 학생주도로 설립된 순수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으로 그동안 전자는 공동구매와 문화사업 등을 진행하고 후자는 풀빛마루를 통해 할랄푸드를 공급하는 등 카이스트 생활공동체에 활력과 다양성을 불어넣어 왔다. 이번 통합은 우리 학교의 협동조합이 학생자치 공동체로서 한단계 도약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통합을 통한 양적인 확장을 질적인 발전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참여와 자치라는 협동조합의 기본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소유의 영리법인과 비교할 때 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결성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유사점을 갖지만,  소유권과 경영권이 명확하게 규정된 영리법인과 달리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사업체를 통해서 조합원들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자치조직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여준다. 대학협동조합은 그 취지상 자주, 자립, 그리고 자치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한국의 대형 대학들의 협동조합은 학교의 수익사업 및 구내 식당 등을 관리하기 위해 대학당국의 지원을 통해 설립되고 운영되는 사실상의 공조직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당국 주도의 생협과 달리 우리 학교의 협동조합들은 순수하게 학생들이 주도하여 설립하고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자치공동체로서의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자발적인 필요에 따라 설립된 두 개의 협동조합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대학원생 협동조합은 동아리 등 과외활동 공간이 부족한 조합원들을 위해 문화 및 체육강좌를 제공하고, 승용차를 이용하는 학생들을 위해 손세차 사업을 운영해 왔다. 학부생 협동조합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양질의 유기농 식재료를 이용한 할랄푸드를 공급하는 것을 주요 사업 영역으로 설정해 왔다.

 조합이 두 개로 나뉘어 있어서 학부생은 대학원생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고 대학원생은 학부생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었지만, 이번 통합으로 누구나 조합원이 되어 할인혜택 등 조합원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조합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더욱 많은 조합원을 확보하여 규모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하고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조합의 대형화는 자칫하면 조합과 조합원의 관계가 멀어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회원의 숫자가 많아지고 배경이 다양해질수록 개인 회원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조합활동에 참여할 동기를 잃게 되어 조합원이 아닌 단순한 소비자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합의 입장에서는 대형화 이후 독자적인 조직 논리가 형성되어 조합원이 원하는 바를 반영하지 않고 조직이기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대형화의 기회를 살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자치와 참여를 통한 민주적 운영이라는 협동조합 본연의 운영원리를 지켜야 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