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소에서 받았던 훈련 중에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행군이었습니다. 무장 무게와 병기의 무게가 무거워서 몸이 힘들었던 것도 있지만 더 큰 고통은 정신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한 시간 두 시간 계속 걸어가는데 이게 언제 끝나는지 얼마나 왔는지 알 수도 없고 그저 훈련장이 나올 때까지 다리만 움직일 뿐이었습니다. 같이 행군을 하는 동기끼리 대화를 하는 것도 금지였기 때문에 행군 시간은 제겐 지옥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힘든 시간을 버티는 방법은 하나뿐이었습니다. 바로 입대하기 전 추억들을 떠올리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여행을 가서 영화 ‘라라랜드’에 나오는 모습을 직접 LA에서 본 것. 할리우드 거리에서 흑인들에게 돈을 뜯긴 것. 뉴욕의 타임스퀘어를 구경하고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은 본 것. 지나온 추억들을 생각해보면 시간도 금방 가고 과거의 저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훈련소에서의 기억도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또 하나의 추억거리가 되어 있습니다.

 보통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저의 군대에서의 시간도 정말 가지 않아 한때 오늘도 잘 버텼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며 주말만 바라보다가 한주 지내고 한 달을 지내며 언제 끝날까 하는 행군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군 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책에서 ‘시간은 보내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이라는 문구를 봤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의미 없이 그냥 보내버리기엔 미래의 저한테 미안하고 후회스러울 것 같아 남은 기간은 버티는 마음가짐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면서 채워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군대에서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중에 입대 전에 가졌던 목표가 생각났습니다. 입대 전 턱걸이 하나를 겨우 했던 터라 군대에서 운동을 열심히 해 몸이 좋아지고 싶었던 그 마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에 신경을 썼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큰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진적으로 늘어 하루에 턱걸이 100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채워 나가니 근육 역시 채워졌습니다. 행군 때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던 것이 결국 목적지를 가고 운동도 하루하루 하니 효과가 생기듯 뭐든지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하면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전역 후의 삶도 욕심부려서 작심삼일이 되어 포기하기보단 작은 것부터 꾸준히 이뤄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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