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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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진짜 나를 찾기 위한 여행
  • 오현창 기자
  • 승인 2019.05.28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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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우리를 찾아올 때가 있다. 경험 많은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함께 이야기하는 것 모두 좋은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넓은 의미에서의 상담은 자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여기, 상담을 업으로 삼으며 타인의 고민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전문 상담사들이 있다. 이들의 상담 방법에 대해, 그리고 우리 학우들은 전문 상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보자.


공감, 상담의 시작

 도움이 필요하여 상담을 요청한 사람을 내담자, 그리고 상담을 통해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을 상담자라고 부른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담이 시작되면 내담자는 자신의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전에 만난 적이 있더라도 내담자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상담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지 않기에 이 과정은 모든 상담에서 필수적이다.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내담자 본인은 상황을 보다 합리적으로 바라보게 되며 이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전문 상담은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내담자의 상황에 공감한다. 무조건적인 공감은 가식적으로 보여 반감을 살 수 있으므로, 내담자에게 진실한 공감을 하기 위해 앞서 이야기한 상세한 상황 설명이 선행되어야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선뜻 고민을 털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상담자의 모습에 내담자는 신뢰를 느끼게 되고, 더 깊은 대화로 나아갈 준비를 마친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공감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내담자의 상황이 언어를 통해 상담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음을 의미한다. 언어로 객관화된 내담자의 상황과 감정은 이제 논리적으로 탐구 가능한 대상이 되었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감정을 느끼게 된 원인, 각 상황에서 하고 싶었던 행동 등의 내용을 물으며 상담 내용을 더 구체화한다. 내담자 본인도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 또한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 고민하며 감정을 구체화한다. 공감은 상담자가 내담자를 알기 위한 과정인 동시에 내담자가 자신을 더 이해해가는 과정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깊은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과정이 거듭해서 실패할수록 불안은 커지고 자기를 방어하려는 성향도 더 두드러진다. 객관적인 통찰 대신 자신의 한계를 거듭 확인하는 악순환에 빠져 결국 변화를 시도할 에너지를 모두 잃어버리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상담자와 형성된 신뢰 관계는 이런 악순환에서 만들어진 불안을 잠재우고 내담자가 본인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상담 과정을 통해 내담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자신의 모습 등을 생각해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내담자는 이렇게 형성된 자신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당면한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생각하며 실행에 옮기게 된다. 상담자는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며, 내담자의 결정을 대신해주지도 않는다. 내담자가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결정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상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금까지 전문 상담의 전반적인 과정과 상담이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은 익명의 카이스트 학우들을 인터뷰하며 정리한 상담에 대한 여러 의문을 카이스트 상담센터를 인터뷰한 후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 학우들이 갖고 있었던 상담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진실을 알아보자.

 

상담을 통해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편적인 예시로, 이공계 진로와 관련된 고민을 비이공계 출신인 전문 상담사를 통해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담자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직접 알려주지 않는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자신의 상황을 직시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다. 모든 변화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상담은 자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예시와 관련해서, 진로 선택과 관련된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경우라면 해당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옳다. 상담은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지식 내에서 본인이 가장 원하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상담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을 뻔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거나, 열심히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질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내 상황을 전혀 바꾸지 못할 것이다.

 상담자는 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상담자 역시 모든 인간은 소중하다는 등의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상담의 핵심은 상담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내담자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닌 내담자의 감정에 공감하며 스스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상담자는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상담자보다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담사보다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분명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상담 이전에는 상담사가 친구보다 내담자의 상황을 모를 수 있지만, 오히려 해당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단계에서 상담을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도화지에 상담자와 함께 자신의 상황을 재구성하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전문 상담사가 아닌 친구와의 상담은 친구의 가치 판단이 섞여 들어갈 수도, 친구가 잘못 이해하고 있던 정보가 섞여 들어갈 수도 있다. 내담자 본인 역시 자신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 상담사의 상담을 거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상담은 정신 이상자가 받는 것이다. 

 상담은 본래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비슷하게 심리학을 통해 정신 이상자의 상태를 개선하고자 하는 분야는 심리치료라고 부른다. 심리치료와 상담은 심리학의 다양한 분야에 이론적 배경을 공유하지만, 다루는 대상은 엄격히 다르며 이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과 접근 방법 역시 다르다. 


상담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이 받는 것이다.

 상담은 꼭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상담은 문제 해결 과정이기보다는 자신을 더 깊게 이해함으로써 자신이 가장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어나가는 과정이다. 또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나약하다고 평가할 수 없으며,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상담에서 말한 비밀이 어느 정도로 지켜질지 궁금하다.

 비밀 유지는 상담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상담 내용은 물론 내담자가 상담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모두 비밀로 관리한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카이스트 상담센터를 방문했을 때에도 실제 인물인 익명의 내담자를 예시로 들어 설명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설명했다. 단, 내담자의 생명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판단되면 119 안전신고센터나 경찰과 최소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런 예외 경우는 모든 상담이 시작될 때 내담자에게 명시된다. 


카이스트 상담센터 외에도 주변에 다양한 상담 기관이 있는데, 상담사마다 접근 방법이 다른지 궁금하다.

 전문 상담은 기본적으로 공감을 통해 자신을 탐색한다는 틀을 공유한다. 큰 틀 안에서 작은 접근 방법은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2001년 브루스 웜폴드가 발간한 저서 <심리치료 논쟁 (The Great Psychotherapy Debate)>에 따르면 접근 방법에 따라 효과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전문 상담사라면 모두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전에는 카이스트 상담전화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서비스가 종료된 것 같다.

 카이스트 긴급 상담전화는 밤 늦은 시간에도 긴급하게 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특히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학우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하루 24시간 상시 운영했다. 지금도 낮 시간에는 정상운영하고 있으나, 주 52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조정되면서 야간에는 운영이 임시 중단된 상태이다. 다시 원래대로 복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우리 학교에서 상담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자주 만나게 되는지, 상담은 어떻게 신청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카이스트 상담센터의 경우 일주일에 1회, 50분 동안 만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상담의 지속 기간은 내담자의 필요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 상담을 신청하고자 하는 학우는 홈페이지(kcc.kaist.ac.kr)에서 신청하거나, 내선번호 7952번으로 신청할 수 있다. 


상담은 어떻게 진행될까

 지금까지 상담의 원리를 살펴보고 우리 학우들이 가진 의문을 중심으로 상담에 대한 여러 오해와 편견을 풀어보았다. 다음은 상담의 과정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자가 직접 상담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상담은 기자의 실제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개인적인 내용은 최대한 배제했다. 본 상담 내용은 지면에 싣기 위해 간소화된 내용이며, 실제로는 내담자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훨씬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상담자: 지금 느끼는 기분과 상담에 오기 전 가졌던 기대가 있으면 여쭈어도 될까요.


내담자: 평소에는 심하게 우울할 때도 있지만, 지금은 차분한 상태입니다. 사실, 오늘 상담에는 많은 기대고민하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찾아왔습니다.


상담자: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상담은 내담자의 문제에 대한 답을 알려주는 시간이 아니에요. 상담은 이야기를 통해 내담자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더 맞는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내담자의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감정에 충분히 공감해야만 좋은 상담이 이루어질 수 있기에 앞으로도 솔직하게 대답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생명이 위급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밀은 무조건 지켜드리겠습니다.


내담자: 잘 이해했습니다. 


상담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로 찾아왔나요?


내담자: 저는 원래는 공부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이스트에 진학한 이후로 성적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성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적도 걱정이 되지만 더 큰 걱정은 제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상담자: 성장이 멈추었다는 생각이 드나요?


내담자: 네. 창업하겠다는 친구들도 있고, 인턴을 하는 친구도 있고,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친구도 있는데, 저는 시험 문제를 맞히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없습니다.


상담자: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맞나요?


내담자: 조금은 그렇습니다.


상담자: 어떤 점 때문에 진로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내담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할 일을 찾아 나서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는 시작할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상담자: 아주 작게라도 시간이나 여건이 되면 하고 싶다고 떠오르는 일들이 있나요?


내담자: 그런 것보다는 놀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습니다. 방학 때는 시간이 있는 편인데, 그 시간 동안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지만 너무 귀찮아서 아무런 일도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귀찮아하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상담자: 해야 하는 것은 잔뜩 있는데, 선뜻 시작이 안 되고, 그런 나를 생각하면 굉장히 한심하고, 또 한심하기도 하면서 어떤 마음이 있나요?


내담자: 사람들은 다 달려나가고 있는데, 저만 가만히 있는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취직을 아예 못해서 굶어 죽겠다는 비관은 없지만, 지금처럼 전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상담자: 답답할 것 같아요.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그와는 반대로 쉬고 싶다는 마음이 지금 공존하는 것 같네요.


내담자: 자고 싶다거나,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저는 게임도 하기 싫고 자기도 싫고, 멍하니 앉아있을 뿐입니다. 그저 조금도 움직이기 싫은 상태로 앉아있기만 합니다.


상담자: 그러면 멍하게 앉아있는 나를 이미지로 떠올려보고 이야기해봅시다. 그런 상태의 자신에게 뭐라도 하지 않고 왜 멍하니 있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요? 공부하거나, 공부가 하기 싫다면 다른 활동이라도 하는 것이 어떨까요?


내담자: 에너지는 정해진 만큼만 있는데, 공부는 하고 싶지 않아서 못하겠고, 그 시간에 게임이나 운동을 하는 것은 한정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습니다. 두 마음이 상충해서 어느 곳으로도 나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자: 그 마음속에서 갈등하는 또 다른 ‘나’가 있는 것 같네요. 공부하고 싶지 않은 나와 그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저는 이 둘이 한목소리처럼 들려요. 공부하기에는 모자란 에너지가,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곳에 쓰기엔 아까운 에너지라면, 이 에너지를 모아서 공부하고 싶다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 둘은 갈등 되는 것이 아니라 한목소리가 되는 것 아닌지요?


내담자: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상담자: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인지, 혹은 또 다른 내가 있는 것인가요?


내담자: 유튜브 등에서 동기 부여 영상을 보면, 순간 열정이 타오를 때는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합니다. 이 열정이 식은 다음에도 공부할 수는 있습니다. 시험이 있다면 열심히 공부하겠죠. 그러나 계속 불안합니다. 가장 단순하게는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고, 더 큰 불안은 시험을 잘 보더라도 내가 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담자: 객관적인 성과가 좋고 나쁜 것이 현재의 내담자를 불안하게 만들거나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멍하니 있는 자신이 공부하기에는 부족한 에너지가, 그렇다고 다른 활동에 낭비하고 싶지는 않은 에너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때 공부를 해야 한다고 드는 생각은 어떤 생각인가요?


내담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도 듭니다.


상담자: 무엇에 쫓기나요?


내담자: 제게는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저는 그게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던 과거에도, 목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상담자: 지금 묻는다면,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공부하고 열심히 살아온 것인가요?


내담자: 타이틀에 목을 맸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카이스트라는 간판도 그 일부였습니다.


상담자: 타이틀이 내담자에게 주었던 의미가 무엇이었길래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던 것인가요?


내담자: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잘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은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고, 나로 인해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며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만큼 내가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지금은 그 영향력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상담자: 타이틀이 자신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 같네요. 자존감이 지금까지는 큰 역할을 해 온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 가지 공통으로 다가오는 주제가 있어요. 내담자에게도 다가오는 주제가 있는지요?


내담자: 저 자신이 더 나아지려고 한다는 것 같습니다.


상담자: 맞아요. 저도 그렇게 느꼈어요. 어떤 면에서 더 나아지려고 하는 것 같나요?


내담자: 다른 사람들에게 더 인정받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상담자: 무엇을 위한 인정인가요?


내담자: 그저 인정받는 상황이 좋습니다. 그렇지 못한 상황은 너무 무기력합니다.


상담자: 인정받는다는 것에는 자존감이라는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요. 끊임없이 타인으로부터의 시선을 통해 나의 자존감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 아닐까요? 오늘은 아쉽게도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네요. 진솔하게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만남 때는 오늘 이야기에서 발견한 자존감에 대해 더 깊이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나 뵐 때까지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내담자: 감사합니다.


상담은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 상담자는 빠르게 결론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감정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 많은 경우 상담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감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상담을 수차례 반복하면서, 내담자는 점차 문제를 해결하고 감정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상담은 결국 내담자가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이다. 한 사람의 내담자로서, 상담자에게 자신을 설명하면서 상황과 감정을 구체화하고, 자신의 본 모습을 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 상담자는 상황과 감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에 깊게 공감하며, 내담자 스스로가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었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위의 사례보다 더 많은, 깊은 대화를 나누며 이해를 더해가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스스로도 잘 알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속을 상담자와 함께 풀어나가는 것은 갖은 문제와 시련 앞에 불안해하는 내담자들에게 큰 용기가 되어줄 것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란 없다. 모든 문제에는 수많은 가능한 선택지가 있고, 사람은 그중 가장 자신과 맞는 것을 고르게 된다. 여러 선택 사이에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사람은 갈등하고, 방황한다. 상담이 새로운 선택을 열어줄 수는 없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상황을 직접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런 시도가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상담은 감정과 생각의 공유를 통해 잠시 잃었던 합리성을 되찾는 과정이다. 좌절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 감정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나 자신을 완전히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더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기 위해 스스로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역경을 극복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 모든 선택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지만, 도움을 주려 내민 손을 잡는 것을 망설일 이유는 없다. 홀로 자신의 마음을 탐험하는 것이 지친다면, 상담사의 손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감수 | 카이스트 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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