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학기의 절반 이상이 흘러버렸다. 이번 학기를 마무리하면 비로소 대학생활의 절반을 끝마친 셈이다. 이제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하고 싶은지 깨닫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을 찾지 못했다. 점점 많은 것을 배울수록,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정 어느 것을 즐기는지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진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갈피가 잡힐 것이라 생각했지만, 옳지 않은 생각이었다고 느낀 지도 오래다.

 작년에 비해 우리 과는 현재 전공 수업을 듣는 인원이 다소 줄어들었다. 몇몇은 군대를, 또 몇몇은 휴학을, 또 다른 몇몇은 전과를 하며 익숙했던 얼굴들은 사라져만 갔다. 여전히 과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보면 다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조금이나마 있다는 것이 보인다. 부러운 일이다. 나는 여전히 헤매고 있기에.

 아직 걸어갈 길을 찾지는 못했지만, 제자리에만 서 있고 싶지는 않다. 실패해서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고 싶다. 학교와 연결되지 않은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해보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으로 교환 학생을 가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인연도 만들어보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만의 힘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마무리해보고 싶으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무언가를 내 손으로 만들어보고도 싶다.

 아직 길을 찾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이,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많은 것들을 여전히 경험해 보지 못하였기에, 그것을 꿈꾸기에. 아마 내가 가고 싶은 길은 항상 새로운 자극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길일지도 모른다.

 보다 넓은 곳에서 더욱 많은 것들을 느끼는 것. 지치고 힘들어 더는 어떠한 특별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무채색의 인간이 아닌, 행복과 슬픔 등의 감정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기숙사, 강의실, 도서관만을 오가는 삶이 아닌, 매일 조금이나마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접하는 삶을 사는 것. 바로 지금의 내가 마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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