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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학생으로 산다는 것
[462호] 2019년 05월 14일 (화) 김주원 학우 (전산학부 18) kaisttimes@gmail.com

 나는 카이스트 전산학부에 다니고 있다. 2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느낀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재능충’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까지 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 부분이 매우 스트레스였다. 내가 4시간 동안 하는 과제를 똑똑한 사람들은 1시간 만에 끝내고 또 다른 과제를 시작한다. 누적되는 과제량에 효율은 점점 떨어지고 일주일을 꼬박 밤을 새워도 과제 제출 일 마지막 날까지 노력해야 했다. 어머니께서 전화하시면 나는 연신 과제 중이라고 하며 허겁지겁 전화를 끊어야 했다. 이제 통화를 시작하는 말은 “과제하고 있니?” 였다. 자괴감이 들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달라고 있는가.  


 우울한 하루하루였다. 이런 삶을 살아가던 중 어린이날 연휴에 마침 과제도 모두 끝났고, 조금의 여유가 생겨서 3일 동안 집에 들렀다. 집에서 무료하게 쉬는 일상도 이제는 익숙지가 않고, 무엇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마음에 사람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나에게 얼굴이 왜 이렇게 어두워졌느냐며 물었고, 나는 봇물 터지듯이 말을 쏟아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혹시나 내가 기만하는 행동으로 보일까 걱정돼서 말을 꺼내지 못했겠지만, 이 친구는 나를 매우 오래 본 친구이기 때문에 그런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친구는 계속 묵묵하게 이야기를 듣다가 말했다. 


 “천재들은 그냥 네 마음에서 놓아줘. 그러면 마음 편해. 네가 그 학교에 간 이상 항상 예전처럼 1등은 할 수 없어. 천재들끼리의 삶에 괜히 끼어들지 말고 너나 잘해~” 


 그때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다. 항상 최고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고, 어느 날은 꼴찌를 할 수도 있는데 나는 미련스럽게 천재들을 붙잡고 내 자존감에 흠집을 내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부모님, 친구들 등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렇게 살아왔는데 정작 가장 기대가 높았던 것은 나 자신이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채찍질하는 삶에 익숙해졌을 뿐이다. 


 고등학교 친구를 만난 뒤, 내 생활에 극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도 서툴고, 아직도 미숙하고, 아직도 1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제도 끝나는 시간을 겨우 맞추고, 내가 아직도 잘 나아가고 있는지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작게나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나는 이제 이런 숨 막히는 생활 속에서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 젊고, 가능성이 충분하며 천재들과 나를 비교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 나와 비슷한 학우들이 카이스트 내에 엄청나게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어느 누군가의 우상이 될 수 있는 존재다. 학교 밖을 나가면 우리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시기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여기까지 온 당신은 이미 매우 대단하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밖에 없다. 나보다 못하는 누군가를 찾지 말자. 나보다 잘하는 누군가도 찾지 말자. 우리의 가치는 누군가와 상대적인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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