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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없이 자란 아이들의 눈에 비친 좋은 부모의 자격은
이희영 - <페인트>
[462호] 2019년 05월 14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머지않은 미래의 대한민국, 출산율은 국가의 존속을 위협할 정도로 낮아졌다. 양육의 부담을 덜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는 부모 대신 아이를 키워주는 NC 센터를 설립했다. 부모가 센터에 위탁하기로 선택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NC 센터에 맡겨져 최소 13살까지 센터에서 키워진다. 센터에서 13살을 맞은 아이는 센터의 중재 아래 새 부모를 맞아들이기 위한 ‘부모 면접’을 하기 시작하는데, 선택된 부모는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아이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아이는 센터에 계속 남아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올 수도 있지만, 부모 없이 자랐다는 사회의 편견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새로운 부모를 만나려 한다.

 주인공 제누 301은 NC 센터에서 생활하는 남자아이다. 똑똑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외모도 뛰어나기 때문에 센터의 관리자들은 제누 301이 하루빨리 좋은 부모를 찾아 센터를 떠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제누 301은 17살이 되도록 부모를 선택하지 않는다. 부모로 선택받기 위해선 세 번의 면접과 한 번의 합숙을 거쳐야 하지만, 그 누구도 1차 면접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어느 날, 제누 301에게 특별한 부부가 찾아온다. 센터를 찾아오는 거의 모든 부부는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과한 친절을 보이지만, 하나와 해오름 부부는 달랐다. 제누 301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센터의 관리자들은 이 사람들을 자격 미달이라고 비난하지만, 놀랍게도 제누 301은 1차 면접에서 그들을 합격시킨다. 제누 301은 가식 없이 솔직한 그들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2차 면접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만을 늘어놓았다. 하나는 어머니와, 해오름은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아이를 왜 갖고 싶냐는 물음에, 하나는 NC 센터의 아이들에 대한 글을 쓰는 중이라며, 센터의 아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궁금하다고 답한다. 센터의 관리자는 그들이 아이를 고작 글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데려가려 한다며 면접을 중단하려고 하지만, 제누 301은 면접을 계속 진행시킨다. 지금까지 그를 찾아온 모든 부부는 자기들의 부모를 자랑하기에 바빴고, 가족 없이 살아가는 것은 끔찍한 일이니 자신들이 그를 구원하겠다고 말했다. 제누 301은 17년 동안 부모가 없이 살았지만, 부족함 없이 행복했다. 그는 처음 만나는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부부들에게 거리감을 느꼈고, 그들의 가식이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스스로를 솔직하게 말해주는 부부를 만났다고 생각한 제누 301은 2차 면접 역시 통과시킨다.

 세 번째 면접에 해오름은 독감을 사유로 참석하지 못한다. 홀로 찾아온 하나는 제누 301에게 자신과 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일을 설명한다. 하나의 어머니는 모든 것을 챙겨주었지만, 하나를 지나치게 옭아맸다. 아주 어렸을 때는 알지 못했지만, 독립할 나이가 가까워지며 하나는 어머니가 하나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른은 아닐지언정 아이도 아니게 된 제누 301에게, 하나는 자신들이 부모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도, 자신의 어머니도 서로로부터 독립이 필요했던 것처럼 제누 301과도 부모와 자식이기보다는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제누 301은 그들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연락처를 전달받는다. 

 청소년이 직접 자기 부모를 선택한다는 전복된 현실에서, 저자는 좋은 부모의 자격이란 무엇인지, 나아가 좋은 관계란 무엇인지 고찰한다. 면접이라는 소재를 통해 다양한 성격의 부모를 소개하고, 센터의 관리자를 통해 어른의 시선을, 아이들을 통해 어린이의 시선을 보여준다. 제누 301의 면접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두 시선은 좋은 부모의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부모의 자격이란, 부모 자신만의 생각만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할 때 완성된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소설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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