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상황과 가족 병력 공유에 거부감이 커… 기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수록 연구자와의 개인 정보 공유에 적극적인 의사 보여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최문정 교수 연구팀이 헬스케어 기술 개발과 사용에서 노인이 개인 정보 제공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중요함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14일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메디컬 인포매틱스(International Journal of Medical Informatics)>에 게재됐다.


노인 입장 고려하여 기술 적용해야 돼

 우리나라의 제론테크놀로지*(Gerontechnology) 분야는 노인들이 기술을 많이 사용할수록 이롭다는 가정하에 고령자의 기술 수용성을 높이는 요소를 찾는 연구가 주를 이루어 왔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벗어나 노인들이 정보 공유에 대한 거부감으로 기술 사용을 꺼릴 수도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했다. 연구팀은 기술 사용을 위한 개인 정보 공유에 있어 당사자인 노인들의 입장을 알아보기 위해 대전광역시 소재 노인 복지관 이용 노인 17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구 참가자의 연령은 61~94세로 다양했으며, 평균 연령은 77세였다. 45.9%는 여성이었으며, 57.1%는 고졸 이상이었다. 인터뷰에는 사회 인구학적 특성, 건강 특성, 기술에 대한 태도 및 개인 정보 공유 의사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었다.


경제적 상황과 가족 병력 공유 꺼려

 개인 정보 공유 의사에 대한 인터뷰는 노인들이 헬스케어 기술과 관련된 서비스의 이용을 위해 가족, 병원, 연구자 등의 여섯 주체에 사회 경제적 지위, 건강 상태, 의료 서비스 정보의 10가지 세부 항목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연구팀은 각각 80.4%와 66.1%의 노인이 가족, 병원과 정보를 공유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반면, 연구자, 정부 기관, 장치 개발자 및 기업, 보험 회사와 정보를 공유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은 각각 39.9%, 23.5%, 25.2%, 19.0%로, 가족, 병원과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비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세부 항목 중 경제적 상황과 가족 병력은 특히 공유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 노인들은 가족, 병원, 연구자, 장치 개발자, 정부 기관, 보험 회사와의 개인 정보 공유 순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문정 교수 제공)

기술에 긍정적일수록 공유에 적극적

 기술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는 인터뷰는 질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묻는 문항들로 구성되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참여자 개개인의 기술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반응의 정도와 기술을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를 평가했다. 조사 결과, 기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개인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비율의 차이는 연구자와의 개인 정보 공유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개인 특성에 따라 공유 의사 달라져

 사회 인구학적 특성과 건강 특성을 묻는 인터뷰에는 설문 참여자의 나이, 교육 수준, 성별 등에 대한 질문이 포함되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젊을수록 개인 정보 공유를 꺼리는 경향이 나타났으며, 여성은 남성보다 정부 기관과의 개인 정보 공유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본인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느낄수록 개인 건강 정보를 병원과 공유하고자 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연구팀은 향후 고령자를 위한 스마트홈 관련 서비스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의 형태에 따른 노인들의 개인 정보 민감성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 교수는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좋다고 간주하고, 고령자를 기술을 전파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는 고령자의 입장에서 기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헬스 기기 관련 서비스에서 사용자에게 개인 정보 전체의 공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업계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론테크놀로지*

Gerontology(노년학)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로, 공학기술을 활용해 노인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신적·기능적 적응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노인 및 노인 부양자의 최적 생활을 추구하는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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