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디자인, 모두의 삶을 색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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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디자인, 모두의 삶을 색칠하다
  • 류제승 기자
  • 승인 2019.05.15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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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에게는 돌아올 장소가 필요하다. 일상의 대부분을 보낼 일터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도 필요하다. 어디서 사느냐는 삶의 질에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을 재단하고 다듬어간다.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의 공간이 모여 도시가 만들어진다. 개인이 아닌 모두를 위한 장소가 구성되고 도시를 이루는 사람들에게 공유된다. 그리고 그들은 더 효율적이고 아름다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이 공간을 디자인한다.


 도시디자인은 도시를 구성하고 설계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시스템 디자인이다. 공공시설물이나 공간에 대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도시의 역사나 문화, 정체성, 행정, 사회적 기능까지 포함하는 디자인 체계를 말한다. 시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심미성과 편의성 면에서 쾌적한 생활을 가능케 하며, 도시에 브랜드를 부여한다. 도시디자인은 한 사람만을 위한 설계가 아닌 공익을 추구하는 디자인으로 사회구성원들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체계적인 도시디자인은 시민의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삶의 대부분을 도시 공간에서 보내기에, 아름다운 환경을 통해 주민들에게 심미적 만족감을 줄 수 있다. 또한, 옥외공간과 공공공간 디자인에서 고려되는 편의성도 이용자에게 중요한 가치가 된다. 이와 더불어 도시디자인을 통해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형성함과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각 도시만의 독특한 환경은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고, 도시에 정체성을 부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의 브랜드 가치는 관광 외에도 사업 유치, 인구 증가 등에 큰 이점을 주며 도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

 주거환경의 개선은 사람들의 활동 양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일터나 가정에서 행해지는 활동 외에도 옥외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는 이동과 같은 필수적 활동 외에도 산책과 같은 선택적 활동이나 사회적 활동을 포함한다. 옥외공간의 질적 수준은 선택적 활동 및 사회적 활동의 빈도와 직결된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쾌적한 환경에서 야외활동을 즐기며, 더 많은 사람과 접촉하고 교류를 나눈다. 사람들에게 거닐고 싶은 거리를 제공하는 도시디자인은 사회적 접촉과 야외활동의 빈도를 높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도 한다.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

 지리적 조건이 유리한 지역에 사람들이 모여 살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도시들은 계획 없이 긴 세월에 걸쳐 만들어졌다. 이런 자연발생적 도시에서는 도시의 물리적, 사회적 기능을 중요시한 구조가 자주 관찰된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 광장과 같이, 도시 구조물들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야외활동과 사회적 활동에 최적인 구조로 만들어졌다.

 서구에서 도시가 단순한 주거공간 이상의 미학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 것은 르네상스부터였다. 많은 건축가와 정치가들이 아름다운 건축물과 시설들로 가득 찬 도시를 꿈꿨다. 도시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이용자들의 편의나 활동은 고려하지 않았고, 미학에 대한 형식적인 고찰로 완벽한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 실험적인 시도가 가미된 많은 도시가 만들어졌고, 르네상스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의 건축가들은 미학과 편의 사이 간격을 메우기 위해 큰 노력을 해야 했다.

 1930년대 시작된 기능주의적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기능적 측면만을 강조하며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도시를 추구했다. 모든 건물은 목적에 맞는 환경하에 목적과 합치하는 접근성을 가져야 했으며, 높은 위생 수준을 갖추어야 했다. 분리된 주거공간과 업무공간은 모든 거주자에게 효율적인 업무환경과 휴식공간을 제공했다. 그러나, 기능주의적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한다. 심미적 가치를 포기하고 건강한 사회적 접촉 기회를 차단한 도시는 사람들을 떠나게 했다. 결국, 기능주의적 측면만을 추구한 도시는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현대의 도시계획과 공공디자인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철저히 계획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개성과 아름다움을 바랐다. 부족한 사회적 접촉을 해소해줄 것이라 믿었던 통신 수단의 발전과 인터넷의 등장도 도시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현대의 도시디자인은 도시의 기능적 측면을 살리면서도 시민들에게 쾌적하고 건강한 야외활동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장애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의식 변화와 함께 접근성 향상을 추구하기도 한다.


도시에 영혼을 불어넣다

 도시는 자연환경과 건축물, 사회 시스템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 이뤄진다. 이런 도시의 구성요소들과 사람들의 삶의 환경이 하나의 일관된 이미지로 표현될 때, 도시는 어떤 정체성을 가진다. 도시 정체성은 사회, 문화적 환경을 반영하며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다. 우리는 도시 정체성을 통해 한 지역과 다른 지역을 구분한다. 강한 도시 정체성을 가진 도시는 단순히 지리적으로 구분되는 것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가치를 소유하며, 구성원들에게 소속감과 자부심을 준다.

 오래전 만들어진 역사적인 도시들은 강한 도시 정체성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도시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탈리아의 로마가 있다. 과거 로마 제국의 지도자들은 시민들을 위해, 또는 자신들의 권위를 위해 많은 도시 시스템과 건축물을 만들었다. 로마 제국의 거리와 도로는 지금도 도시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인프라의 한 축을 이룬다. 웅장함을 뽐내는 유적 주변 건물들은 현대적인 양식 대신 유적과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설계되기도 한다. 유적을 지속해서 보수하고, 오래된 건물의 과도한 개축을 방지하는 것으로 로마는 자신들의 도시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보존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한다면, 변화와 재창조를 통해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도시도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은 1811년 수립된 도시계획하에 만들어진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긴 변화의 시간동안 뉴욕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디자인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사람들은 오래된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짓는 것 보다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문화 재생을 택했고, 뉴욕의 도시 정체성이 탄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뉴욕 중심가의 이미지도 보행자 위주로 세워진 초기 계획이 현대적으로 재창조되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기능과 아름다움, 두 마리 토끼

 현대의 도시디자인은 쾌적한 생활환경 구성, 편리하고 직관적인 공공공간 조성, 도시 재생과 도시 정체성 확립 등의 다양한 목적을 가진다. 도시 계획가들은 효율성과 생산성 외에 도시가 갖추어야 할 가치들을 고려하며 도시를 그리고 있다.

 광장, 공원과 같은 옥외공간은 과거에는 정치, 사회적 기능을, 현대에는 시민들의 주된 야외활동 장소로 생활환경의 중요한 요소이다. 공원은 단순히 거닐 수 있는 거리 이상의 문화적 가치를 가지며 휴식 공간이자 문화, 예술 활동의 중심이 된다. 프랑스 파리의 센강변 공원은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아름다운 경험을 제공한다. 파리 중심을 관통하는 센강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 위에서 에펠탑, 노트르담 대성당 등 파리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볼 수도 있다. 강 주변으로 넓게 조성된 오픈스페이스에는 모래사장이나 벤치, 깔끔한 노점 등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현대 파리의 인공적인 모습과 강과 모래, 전통적인 건축물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디자인은 편의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로 하이테크 계열의 세계적인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설계한 홍콩 국제공항을 들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사비가 든 공항으로 알려진 홍콩 국제공항은, 규모에 어울리는 연관 시설과 이용자 수를 자랑한다. 이 거대한 공항은 유리 소재를 채택하여 그 구조를 과감히 드러내는 입체적이고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지어졌다. 내부 공간은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게 단색의 미니멀한 디자인을 위주로 조성되었으며, 그 세련된 색과 공항 구조의 금속색의 조화가 지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직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디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도시디자인 사업은 버려진 도시를 재생시키기도 한다. 도시 재생의 가장 이상적인 사례로 꼽히는 일본 가가와현의 나오시마는 산업폐기물로 인해 사람들이 점차 떠나던 도시에서 예술과 문화의 도시가 되었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감각적인 건물들은 자연과 조화되며 도시의 공간적 재생을 이뤄냈고, 베네세 그룹이 주도한 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정체성이 부활하였다. 또한, 나오시마 해안에 전시된 많은 옥외작품이 도시의 문화적 재생을 이끌었다. 그 결과, 현재 나오시마는 많은 사람이 방문하며 경제적 재생 또한 이룩할 수 있었다.


디자인서울, 더 살기 좋은 서울

 서울에서도 도시디자인의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서울시는 2007년 ‘디자인서울’을 표방하며 도시 전반에 걸친 도시환경 개선에 나섰고, 지금까지도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과 정책을 지속해서 수립하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디자인 정책은 높은 인구밀도와 교통 혼잡, 개발과 성장 위주의 도시 계획으로 인해 망가진 도시환경을 재정비하고, 서울의 도시 정체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울시의 도시디자인 정책은 노후하고 위험한 시설을 보수하는 사업에서부터 공공시설의 색채를 통일하고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세우는 것까지 넓은 범위를 포함한다. 특히, 서울시는 시민들의 선호도, 서울의 자연환경, 도심의 환경 등을 종합하여 10개의 색상을 ‘서울색’으로 선정하여 공공시설에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미관을 개선함과 동시에 공공시설에 대표성을 부여하여 더 직관적이고 편리한 이용이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된다.


 도시는 그림과 같다. 각자의 삶으로 색칠된 사람들이 마치 작은 점과 같이 빛나며 도시에 색을 입힌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따라 도시는 회색으로 가득한 흑백 그림이 될 수도 있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칠해진 예술 작품이 될 수도 있다. 도시디자인은 건물을 짓고 공간을 조성하며 사람들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며 각자의 삶으로 도시를 칠하고, 훌륭한 도시디자인은 우리가 가슴 속 색을 맘껏 펼치도록 도와줄 것이다.


참고문헌 | 

<도시디자인 공공디자인>, 윤지영, 미세움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얀 겔, 푸른솔

<서울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 Ver 3.0>, 서울특별시 도시공간개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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