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뇌연구원에서 처음으로  ‘뇌파 드론’을 공개해, 뇌파만으로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사용된 기술은 BCI(Brain-Computer Interface)로,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여 뇌파를 통해 컴퓨터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BCI가 발전하면 궁극적으로는 생각만으로도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된다. BCI의 발전사와 현재 모습, 그리고 전망을 알아보자.


 인터페이스(Interface)는 사물과 사물, 인간과 컴퓨터와 같이 두 시스템 간에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물리적 매개체 또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말한다. 컴퓨팅 기술의 발전과 장치의 확산으로 인터페이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사람들이 요구하는 기술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사용자가 기계와 직접 소통하여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를 말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가 BCI이다.


뇌의 정보 처리 결과 컴퓨터에 전달해 

 BCI는 넓게는 HCI(Human Computer Interface)에 속하는 기술이다. 또한, 뇌파를 이용해 휠체어나 로봇과 같은 기계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BMI(Brain Machine Interface)라고 불리기도 한다. BCI는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인터페이스로, 두뇌의 정보 처리 결과인 의사결정의 결과로 발생한 뇌파를 시스템의 센서로 전달한다. 이를 이용하면 언어나 신체 동작을 거치지 않고도 컴퓨터에서 해당 명령을 실행할 수 있다. BCI는 가상현실, 이미지 인식 등의 분야에 널리 활용되어 미래에는 터치스크린과 증강현실을 잇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BCI를 21세기 8대 신기술로 선정했으며,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서도 BCI를 10대 차세대 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1920년대 한스 버거가 뇌의 전기적 활동을 발견하고, 뇌전도(EEG)를 이용하여 인간의 두뇌 활동을 최초로 기록하면서 BCI 연구가 시작되었다. 초기 기록 장치는 환자들의 두피 아래 은으로 만든 와이어를 삽입하는 방식이었다. 버거는 그 후, 만분의 일 볼트 정도의 작은 전기 전압도 표시할 수 있는 지멘스(Siemens) 이중 코일 기록 검류계를 사용하여 정교한 측정 장치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이를 이용하여 기록한 뇌전도 그래프에서 관찰되는 변이들의 상호 관계를 분석하면서 뇌전도는 인간의 뇌 활동을 기록하는 유용한 장치로서 자리 잡았다. 이후 자크 비달이 BCI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면서 BCI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뇌파 정보를 분석하여 생각 읽는 BCI

 BCI는 뇌파 자극을 인식하는 장치를 통해 뇌파를 받아들인 후 신호화 과정을 거쳐, 뇌파를 분석해 입출력 장치에 명령을 내리는 기술이다. BCI는 뇌파의 측정 부위에 따라 침습형과 비침습형으로 분류된다. 침습형 방식은 마이크로칩을 두피에 시술해 뇌파를 측정하며, 비침습형 방식은 헬멧이나 헤드셋 장비를 이용하여 뇌파를 측정한다. 비침습형 방식을 이용하면 침습형 방식을 이용했을 때보다 잡신호가 더 많이 섞이기 때문에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사용법이 간편하여 실용화하기 좋고 시술로 인한 외과적 부작용의 걱정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BCI는 활용하는 뇌파측정 방식에 따라 뇌파 유도방식과 뇌파 인식방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뇌파 유도방식은 특정한 뇌파의 출현을 유도해 응용하는 방식으로, 특정 뇌파를 만들기 위해서 사용자가 훈련해야 한다. 반면, 뇌파 인식은 뇌파를 분석해 간단한 의사와 동작을 인식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의도를 기계에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뇌파는 수많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이기 때문에 뇌파 신호는 뇌의 활동과 상태에 따라 시간적, 공간적으로 계속해서 변화한다. 따라서 뇌파를 측정할 때에는 시간 분석, 주파수 분석, 시간-주파수 분석, 비선형 동역학 분석, 통계 모델, 시공간 분석 등 다각도의 분석 방법이 사용된다.


효과적인 데이터 분석 위한 방법 필요

 BCI 시스템은 4단계의 작동 과정을 거쳐서 운영된다. 첫 번째는 신호 측정 단계이다. 신호 측정 단계에서는 머리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뇌파를 측정하는데, AD 컨버터를 뇌파 측정기와 컴퓨터 사이에 연결하여 뇌파 측정 기기에서 나오는 아날로그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바꾸어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수집한 뇌파 데이터를 분석하기 좋게 가공하는 전처리와 형태 추출 과정이다. 전처리 과정에서는 필터를 이용하여 수집한 뇌파의 잡신호를 제거하고 분석에 필요한 신호를 분리한 뒤 미약한 뇌파 신호를 증폭한다. 전처리 과정은 여러 가지 잡신호가 섞이는 비침습형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다. 형태 추출 과정은 뇌전도 측정 장치로부터 들어온 뇌파 데이터 정보에서,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신호의 인식률을 높이는 과정이다. 가공된 뇌파 정보는 전환 알고리즘을 통해 샘플들과 비교하여 분석한다. 분석된 뇌파 정보는 마지막으로 컴퓨터, 스마트폰, 헬스케어 기기 등의 단말기기에 명령을 내리는 응용 단계를 거친다. 

 이러한 단계를 거칠 때에는 복잡한 뇌파 신호의 분석이 요구되기 때문에, 어떤 제약 조건도 없이 다양한 분야에 BCI가 두루 사용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뇌에서 필요한 부분만의 뇌파를 분석해야 한다. 원래 뇌파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두피 전체에 많은 전극을 붙여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용자 입장에서 불편하기 때문이다. 둘째, 뇌파를 분석하는 데에 많은 저장 용량이 필요하고, 뇌파를 인식하고 연산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짧아야 한다. 따라서 적은 용량과 짧은 시간으로 많은 양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분석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초기의 불완전한 분석법에서 벗어나, 오류가 없는 완벽한 분석법이 요구된다. 그러나 아직 이 세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치의 사용자가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구별하는 등 사용자의 특성을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  또한,  사용하는 장치의 역할을 분명하게 정의하여 다른 장치와 역할이 겹치지 않도록 할 때 BCI는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뉴로피드백으로 정신 질환 치료 가능

 초기의 BCI는 주로 장애인용 인터페이스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BCI를 이용하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행동 장애 등 다양한 정신 장애를 치료할 수 있으며, 집중력 약화, 불면증, 화병 치료도 가능하다. 이러한 치료 방법을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라고 한다. 뉴로피드백 치료는 뇌파 훈련을 통해 뇌파를 조정하거나 개선하는 치료법이다. 뇌의 활동이 비정상인 경우,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뇌와 다른 양상의 뇌파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주의력결핍증(ADD) 환자는 뇌파의 발생 속도가 정상인에 비해 느리며, 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뇌의 뇌파 진동이 좌뇌보다 더 빠르다. 환자의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여 뇌파 검사를 수행한 후 뇌파 측정기에서 뇌파를 분석하고, 분석된 뇌파 정보를 환자에게 알려주며 피드백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환자는 뇌파를 스스로 조절하고 연습을 통해 뇌의 부위별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습관과 의식을 개선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뇌파 제어기술을 이용해 로봇의 팔이나 다리를 움직여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환자가 BCI 장치를 통해 로봇을 조종할 때, 로봇이 느끼는 촉감을 환자도 인식하여 마치 자신이 직접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이 밖에도 스위스 로잔 연방 공대와 미국 브라운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공동연구진이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원숭이의 뇌와 척수에 센서와 전기자극 장비를 심어 로봇 다리나 보조기 사용 없이 직접 걷게 하는 데 성공하면서, 미래에는 척수마비 환자들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BCI는 드론 조종,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은 뇌파만으로 여러 대의 드론을 조종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실험에 사용된 장치에는 128개의 전극이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어 뇌가 명령을 내릴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기록한다. 조종사가 명령을 생각하면 뇌의 특정 부분에서 나온 전기 신호가 컴퓨터에 기록되어, 무선 통신 시스템을 통해 드론에 전달되는 것이다. 또한, 게임 분야에서도 BCI를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뇌파를 통해 명령을 전달받은 후에 가상 현실 속의 3D 아바타 캐릭터나 공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게임 등이 출시되고 있다. 


 BCI는 향후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제약을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람의 뇌에서 뇌로 정보를 전달하는 무선통신 기술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BCI가 발전하면, 인간이 생각만으로 기계를 쉽게 조작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참고문헌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 및 개발 동향>, 전황수, 전자통신연구원   <문화기술(CT) 심층리포트:  BCI 기술 동향>, 한국콘텐츠진흥원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