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감사원은 ‘KAIST 학부 총학생회 2018년 하반기 회계감사보고서’를 공고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제33대 KAIST 학부 총학생회 총선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회계감사 자료 제출기한을 넘겨 감점 100점을 받은 사실이 포함되었다. 감사원은 해당 내용에 덧붙여 “몇몇 단체의 경우 감사를 위한 자료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아 해당 단체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작성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히며 유감을 표했다. 

 감사원장을 지낸 바 있는 감사원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약속된 연장기한까지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해당 단체 회계 책임자에 대한 징계안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에 회부할 예정”이라고 전했으나 “이 이상의 조치는 어렵다”고 밝혔다. 나아가 “감사원의 역할과 업무 범위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느낀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리 학교 학부 학생회의 감사 제도와 개선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현재 감사원이 맡고 있는 업무는

 감사원의 운영은 학생회칙 제2절에 근거한다. 구체적인 감사원 운영에 관한 규칙은 감사시행세칙에 명시되어 있다. 감사시행세칙 제8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피감기관 수입과 지출의 결산검사 ▲피감기관 회계의 상시 검사·감독 ▲피감기관 사무 및 그 소속 위원의 직무감독 ▲감사 결과에 따른 피감기관 시정요구 혹은 징계요청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여기서 피감기관은 ▲총학생회장단, 중앙집행위원회 등의 집행기구 ▲학부·학과학생회, 새내기학생회 등의 자치기구 ▲문화자치위원회, 소통국제화위원회 등의 전문기구 ▲특별기구 등이다. 

 이 중 감사원이 주로 진행하고 있는 업무는 피감기관 수입과 지출의 결산검사이다. 직무감독은 지난 2017년 학부 생활관자치회를 대상으로 한 감독 이후로 현재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이 예산 편성에 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상시 회계 감독 역시 진행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감사원의 주 업무는 정기적 회계 감사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회계 감사 결과도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감사 결과는 기층예산심의회의에서 학부·학과학생회 및 새내기학생회 예산이 심의를 거칠 때 반영되지만, 실질적인 반영 정도는 크지 않다.


투명한 예산 운용 돕기 어려워

 앞서 언급한 감사원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현재 감사원이 진행하고 있는 업무만으로는 학생 사회 단체들의 투명한 예산 운용을 돕는다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영수증 등의 회계 자료 제출 내역만 확인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예산 편성과 관련된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예산 상에서 의문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감사 제도 관련 다른 학교의 사례는

 실제로 다른 대학교의 감사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감사의 범위를 우리 학교보다 넓게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충남대학교에서는 ‘감사특별위원회’가 감사를 진행한다. 충남대학교 감사시행세칙에 따르면, 감사특별위원회는 회계의 정확성과 신빙성 외에도 ▲학우들을 위한 사업 진행 여부 ▲공약의 이행 정도 ▲재정의 남용, 낭비 여부 ▲잘못된 계약이나 구매 행위 여부 ▲수입과 비교한 지출의 적절성을 감사 보고서에 포함해야 한다. 우리 학교 감사원보다 확연히 다양한 항목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도록 규정된 것이다.

서울대학교 학생회는 우리 학교의 감사원과 유사한 기구인 회계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해당 기구는 서울대학교 학생회칙 제64조에 의해 예산안 및 결산안의 검토·심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회계감사위원회는 결산안뿐 아니라 예산안에 대해서도 검토 및 심의를 진행하고 이와 관련해 집행기구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중앙집행위원회는 매회기 예산 편성 과정에서 회계감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 회계 결산 과정에서 주로 감사를 받는 우리 학교의 상황과 차이를 보인다.


제도 개선에 대한 감사원 측의 의견은

 감사원 관계자는 예산 편성 과정에서 감사원이 일정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해당 관계자는 “기층예산심의회의로 대표되는 학생회 기구 예산 편성 과정이 학우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예산 편성 과정이 열려 있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감사원은 예산을 심의하는 역할과 예산 편성 과정을 학우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 감사원 측은 감사 제도의 개선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학내 회계의 투명성을 위해 제출된 회계보고서의 실효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으며, “회계자료 미제출과 같은 감사원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 감사 제도 상에서의 미비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감사원 측은 “제도 개선은 다양한 단체의 실리와 관계되므로 감사원 내부 논의 외에도 총학생회와의 신중한 논의를 통해 결정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논의를 통한 제도 개선 필요

 해당 문제에 대해 학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감사원은 학생 사회의 공금 운용을 감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감사원 업무의 한계에 대해 공감했다. 또한, 감사원에게 예산 심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질적으로 감사원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전학대회 소위원회, 혹은 예산심의소위원회 설치를 통해 예산안 심사 과정을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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