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 이용해 추가 조작 없이 농도 구배 형성하는 미세유체 칩 개발해 두 항생제의 복합적인 효과를 기존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확인

 기계공학과 전성윤 교수와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 공동연구팀이 항생제의 시너지 효과를 8시간 만에 농도별로 확인할 수 있는 미세유체 칩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21일 <랩 온 어 칩(Lab on a Chip)> 뒤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제 조합 치료

 최초의 항생제가 발견된 후 90년이 지난 현재, 박테리아는 수많은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을 거듭하며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로 진화했다. 슈퍼박테리아로의 진화가 이루어지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박테리아가 특정 항생제에 내성을 가질 확률이 증가한다. 독립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여러 항생제를 동시에 투여한다면 한 박테리아 군집에서 투여된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개체가 발견될 확률은 각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개체가 발견될 확률의 전체 곱과 같다. 이렇듯 항생제 조합 치료*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비해 감염 확률을 쉽게 줄일 수 있어 슈퍼박테리아의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투여된 항생제의 총량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증가하면 인체에 해가 되기 때문에 각 항생제의 농도는 여러 항생제를 배합할수록 줄어들어야 한다. 배합한 후 항생 효과가 단일 항생제에 비해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에 배합 후 효과가 증대되는 조합을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두 항생제 확산시켜 농도 구배 형성해

 기존에는 항생제를 여러 농도로 섞은 샘플을 각각 준비한 후, 이를 병원균에 적용시켜 생장 저하 정도를 확인했다. 이 방법은 연속적인 농도를 만들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낭비된다. 샘플을 각각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샘플이 사용된다. 이때 피펫을 이용해 각 샘플을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샘플의 부피가 일정 이하로 작아질 수 없다. 샘플의 부피가 클수록 항생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샘플 부피를 줄이는 것이 항생제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 중요하다.

 연구팀은 미세유체 칩을 이용해 이 문제들을 해결했다. 칩 중앙의 십자 모양 공간에는 고체 배지에 미생물이 살고 있고, 칩의 네 꼭짓점에는 미생물의 먹이를 공급하는 장치가 있다. 위 두 꼭짓점에 한 항생제를 넣고 오른쪽 두 꼭짓점에 다른 항생제를 넣으면 확산에 의해 세로 방향으로 첫 항생제의 농도 구배**가 형성되고, 가로 방향으로 두 번째 항생제의 농도 구배가 형성된다. 이때, 각 농도의 구배가 겹쳐지며 항생제가 다양한 농도로 배합된다. 이렇게 배합된 항생제의 복합적인 효과에 따라 각 지점에 위치한 미생물이 생장하는 속도가 달라지며, 생장 속도는 배지가 불투명해지는 정도를 통해 알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칩을 사용하면 항생제 한 쌍의 모든 배합 농도에 대한 실험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험이 진행되는 샘플 부피가 작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방법은 실험 준비시간을 제외하더라도 24시간이 걸렸지만, 미세유체 칩을 이용하면 약 8시간만에 항생제 배합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 위쪽 모서리부터 아래 방향으로 항생제 A의 농도가 낮아지는 농도 구배가 형성되며, 항생제 B는 오른쪽 모서리부터 왼쪽 방향으로 농도가 낮아지는 농도 구배가 형성된다. (ⓒ전성윤 교수 제공)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김승규 박사 과정은 “항생제의 복합적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농도로 일일이 피펫을 사용해 샘플을 준비했던 기존에 비해 훨씬 편리한 방법을 개발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미세유체 칩 기술을 발전시켜 이후 항암제 개발 연구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항생제 조합 치료*

서로 다른 항균 메커니즘을 가지는 두 가지 종류 이상의 항생제를 섞어 사용하는 치료 방법.

농도 구배**

특정한 방향을 따라 농도가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것. 확산 등에 의해 형성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