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패널에 작은 구멍 무작위로 뚫은 금속 박막 추가해 디스플레이 제작… 빛의 산란 패턴 쉽게 파악하여 3차원 영상 구현 가능해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3차원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21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기존 입체 영상

 현재 AR·VR 분야에서 흔히 사용되는 3차원 디스플레이는 오른쪽과 왼쪽 눈에 각각 다른 영상 정보를 재생하고, 착시를 통해 입체 영상을 느끼게 한다. 기본적으로 착시를 이용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영상을 입체적으로 인식하지만, 눈은 2차원 평면을 보고 있어 사람이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안경 등 머리에 착용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빛의 방향 제어로 3차원 영상 구현해

 빛에는 크게 빛의 세기, 그리고 방향의 두 가지 정보가 있다. 궁극적인 3차원 영상, 즉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빛의 세기 정보와 방향 정보가 동시에 필요하다. 현재 사용하는 일반적인 디스플레이의 경우 영상 정보를 각 픽셀의 RGB 값으로 표현하는데, 이 방법으로는 빛의 세기는 제어할 수 있지만, 방향은 제어할 수 없으므로 2차원 영상만 표현할 수 있다. 만일 방향 정보까지 제어가 가능하다면, 각 방향으로 다른 영상 정보를 재생할 수 있어서 3차원 홀로그램 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간유리로 영상 시야각 넓히는 데 성공

 기존에는 빛의 세기와 방향 정보를 동시에 제어하기 위해 파면변조기*(Spatial Light Modulator, SLM)를 사용했다. 파면변조기를 이용하면 방향 정보까지 제어할 수 있어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파면변조기의 픽셀이 작을수록 회절 각도가 커지기 때문에 시야각이 넓어져 좋은 품질의 3차원 영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제작 기술의 한계로 현재 파면변조기의 픽셀 크기는 10~15㎛이며, 또한 시야각도 3° 정도로 제한되어 유용하게 쓸 수 없다.

 과거 연구팀은 빛의 산란이 일어나는 간유리**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하여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간유리를 사용하여 시야각을 넓히고 빛의 산란이 일어나는 패턴을 파악해 3차원 디스플레이로 이용했다. 그러나 간유리의 산란 패턴을 파악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간유리의 위치가 달라지면 또다시 패턴을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박막에 구멍 뚫어 산란 패턴 파악해

 이러한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간유리의 특성을 가지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우선 작은 구멍을 무작위로 뚫은 금속 박막을 LCD패널에 추가하여 기존 3차원 디스플레이보다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 구멍은 빛을 산란시켜 시야각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구멍의 위치를 정해놓고 뚫기 때문에, 간유리를 사용했을 때와 같이 매번 산란 패턴을 파악할 필요가 없어 시간이 절약된다. 또한, 평면 구조물이기 때문에 매우 얇게 제작할 수 있으며, 복잡한 공정 없이 기존 LCD패널에 판 하나만을 추가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스플레이의 시야각은 30~40°로 매우 넓고, 영상의 크기도 크게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시야각 40°에서 가로 4cm, 세로 3cm의 동영상을 구현하는 데까지 성공하였다. 

▲ 금속 박막에 무작위로 구멍을 뚫어 간유리와 같이 빛을 산란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키면 3차원 디스플레이의 시야각을 넓힐 수 있다. (ⓒ박용근 교수 제공)

 이번 연구는 허공에서 작동 가능한 스위치나 3차원 텔레비전 등을 실현하는데 밑받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수는 “영상의 바탕에 생기는 노이즈를 없애고, 영상의 품질을 높이는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았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3차원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면변조기*

컴퓨터에서 디지털 형태로 저장된 홀로그램 데이터를 광주사에 의해 3차원 영상으로 복원하는 장치.

간유리**

투명한 유리판에 모래분사나 유리식각 등의 기법을 적용하여 반투명하게 만든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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