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출신 가수라고? 우리 학교를 졸업한 두 명의 학우가 결성한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2003년 혜성처럼 등장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페퍼톤스는 우울증을 겪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함을 선사하자는 일념으로 밴드를 구성해,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페퍼톤스의 두 멤버 신재평(이하 신)과 이장원(이하 이)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떻게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신 : 처음부터 ‘음악을 하겠다’라는 계획은 없었어요. 그냥 음악이 좋고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음악 관련 활동에 학창 시절부터 다양하게 참여했어요. 동아리도 저는 강적, 이장원 씨는 여섯줄 활동을 했죠. 저희는 일 학년 때 같은 반이었고, 여섯줄과 강적의 동아리 방이 같은 지하에 있어 음악을 함께하면서 친해졌어요.
 결정적으로 저희가 밴드를 결성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2003년도에 휴학을 하면서부터에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밴드 음악을 즐기다보니 음악을 즐기니 제가 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페퍼톤스’는 무슨 뜻인가요?
 이 : 맨 처음에는 의미를 부여한다기보다 어감이 좋고 듣기 편한 신조어를 만들자는 취지로 페퍼톤스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그룹의 의미를 물어보더라고요. 뜻이 없으면 세상 살기가 힘들어 의미를 찾아봤어요. 그래서 저희는 ‘페퍼톤스’를 후추처럼 자극적인 음색에 삶의 조미료 같은 음악을 하는 그룹이라고 정의했죠.

밴드가 2명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 : 보통 밴드라고 하면 여러 명이 모여서 악기를 하나씩 맡는 게 일반적이에요. 하지만, 저희 밴드는 2명이죠. 그 이유는 좀 더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멤버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음악이 자유롭지 못해요. 드럼 연주자가 있는 밴드의 곡에는 항상 드럼이 들어가야 돼서 제약이 생기죠. 저희는 좋아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자는 취지에서 밴드를 2명으로 구성했어요.
 이 : 페퍼톤스는 객원 보컬을 선호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요. 하지만, 굳이 객원 보컬을 선호하기보다는 저희가 생각하는 음악을 만들다 보니 객원 보컬이 참여한 곡이 많아진 것뿐이에요. 남성이 좋아하는 음악은 대부분 여성이 만든 경우가 많잖아요. 저희도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보컬이 많이 들어가게 되었어요. (웃음)

페퍼톤스의 음악은 어떤 장르인가요?
 이 : 이 질문은 저희뿐 아니라 모든 음악인이 답하기 힘들어하는 질문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음악을 만들 때 ‘어떤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야지’하고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저희도 음악의 장르를 나누기보다는 그냥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요. 뭐 그래도 굳이 음악의 장르를 나누자면 일렉트로니컬 록(Electronical Rock)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신 :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음악의 장르란 있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때문이죠. 음악을 듣는 분들이 분류하기 편해서 장르를 나누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느끼기에 건강하고 긍정적인 음악을 페퍼톤스의 음악이라고 여겨줬으면 좋겠어요.

가사를 보면 희망적이고 일상적인 분위기가 나는데 작사는 어떻게 하시나요? 
 신 : 기본적으로 작사는 경험을 기반으로 해요. 하지만, 전혀 겪어보지 못한 것도 가사로 쓰기도 하죠. 예를 들어, ‘Ready Get Set Go'라는 노래의 가사는 육상선수의 느낌을 표현한 곡이에요. 저는 육상선수를 해본 적이 없지만, 텔레비전에서 육상경기를 보면서 받는 느낌과, 제가 육상선수가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기반으로 가사를 썼어요.
 하지만, 음악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실제로 경험한 사실을 가사로 담아야 가사에 힘이 실린다는 것이에요. 가사가 경험을 바탕으로 할 때, 저 자신도 진솔하게 노래할 수 있고, 팬들과의 소통도 잘 되거든요. ‘New Hippie Generation’같은 노래는 저희가 같이 수업을 빠지고 우리 학교 잔디밭에 누워 쉬던 경험을 담아낸 노래에요. 이 노래는 ‘이건 내 경험이니까’라는 생각이 들어, 어떤 곡보다도 당당하게 부를 수 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제 경험을 담아낸 가사를 쓰려고 노력 중이에요.

‘KAIST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음악 활동에 영향을 미치나요?
 신 : 처음에는 페퍼톤스가 아니라 KAIST 출신 밴드라고 불리는 게 상당히 당황스러웠어요. ‘페퍼톤스의 음악은 밝고 명랑하다’ 등의 수식어가 붙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상당히 아쉬웠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저희를 소개할 때 가장 자극적인 수식어는  KAIST 출신이라는 이력을 말하는 것이더라고요.
 ‘실험실을 박차고 나온 밴드 페퍼톤스’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이런 현상이 일반적인 언론계의 문화라고 생각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그리고 사실은 덕도 많이 봤죠.  EP 앨범 활동 당시 기사 첫 문장의 ‘KAIST’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사람들이 저희 음악을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었죠

1집 앨범 부터는 그런 꼬리표가 점점 사라진 것 같은데요   
 이 : KAIST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이미 밴드활동 초기부터 기사화되어 식상했기 때문에 1집 활동부터 점점 다르게 불린 것이 아닐까요.
 신 : 처음에는 기자분들이 ‘KAIST 학생이다’라는 말을 해야지만 저희를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집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점차 각자의 캐릭터가 생기고 저희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에 대해 확실해지니 이런 꼬리표가 점차 사라지더라고요.

학교 및 동아리 생활은 어땠나요?
 이 : 학교생활을 한마디로 정리해 말하기는 어려워요. 워낙 재미있는 일도 많았고, 선후배들과 신나게 놀았던 것이 인상 깊네요. 특히, 제가 활동했던 여섯줄에서 친구들하고 이유 없이 몰려다니면서 노래하고 놀았던 게 가장 재미있었어요.
 신 : 저는 강적에서 활동하던 시절 즐기던 거친 음악들을 아직도 좋아해요. 그래서 요새 저희 음악에 강적 음악의 성격을 녹이기도 해요. 저희 노래의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이 : 동아리 생활을 하려면 자신의 일을 계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해요. 동아리 친구 중에는 자기 자신을 잘 챙기는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많이 있었어요. 동아리와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기통제가 잘 이뤄지지 못하면 학교생활이 힘들어요. 무엇보다도 학업과 동아리 활동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어땠냐고 묻지는 마세요.(웃음)

페퍼톤스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 : 늘 이런 질문을 받긴 하는데, 상당히 곤란해져요. ‘음악이란 없으면 안 되는 공기 같은 존재에요'라고 대답하기에는 좀 쑥스럽고 거짓말 같아요. 음악에 대해 일반적으로 모두가 느끼는 감정을 저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어요. 운전할 때 틀어놓으면 좋고, 찻집에 있을 때 음악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아이돌을 보고 열광하기도 해요.
 다만, 저희는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한 점이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드는 음악, 저희가 듣기 좋은 음악이 곧 페퍼톤스의 음악이에요.

우리 학교 학우들에게 한마디!
 신 :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끝까지 파고들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제가 끝까지 파고든 것은 음악이었죠. 학우 여러분도 자신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전해보세요.
 이 : 학생이라면 학업이 최우선이 되어야 해요.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점이 좋으면 진로 선택의 폭이 넓어져요. 그렇다고 너무 똑같은 길로 가는 인생은 재미없어요.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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