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학기 휴학을 하게 되면서 자취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학기 복학하면서 학교로 돌아왔지만 나의 자취 라이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만의 생활을 해본다는 점에서도, 우리 학교 대부분의 학우가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도 불 꺼진 자취방의 문을 여는 건 언제나 뭔가의 특별함이 느껴진다.

 자취를 하며 깨달은 점 중 하나는 학교에서 멀어질수록 마음의 짐이 가벼워진다는 점이다. 기숙사에 살 때는 방에 누워 있어도 학교생활의 연장 선상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면 내 방에선 정말 내가 학교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든다. 학교에서의 피로, 고민거리를 모두 그곳에 놔두고 오는 느낌이랄까.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피로감을 불러일으킨다. 룸메이트를 배려하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많은 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제약을 안겨다 준다. 누군가를 배려해야 한다는 무게감에서 벗어나고 누군가의 배려를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자취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자취를 하다 보니 3년째 뚜벅이 카이스트생으로 살던 내가 결국 자전거도 사게 되었다. 걸어 다니는 것이 싫진 않았지만, 왕복 1시간이라는 그 시간이 문득 아까워진 탓이다. 거의 10년 만에 타보는 자전거는 낯설었지만 구매 후 1주 정도가 지난 지금, 자전거에 꽤나 재미를 붙이는 중이다.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오기 마련이다. 자취를 시작한 건 내 생활과 생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모두가 알 듯 카이스트 생활만큼 변함없는 삶도 없다. 꼭 자취가 아니라도 좋다. 어떠한 것이든, 우리의 삶에 자그마한 변화를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대의 삶이 한결 다채로워질 것이라 확신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