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티닌으로 제작한 항체에 두 가지 종류의 펩타이드 표지해 … 주입 후 10시간 이상 체내에 머물러 항암제의 효과를 높힐 수 있어

 

 생명과학과 전상용 교수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준호 교수 공동 연구팀이 펩타이드*-항체 하이브리드 항암제 기반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월 26일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크기 작아 혈중 반감기 짧은 펩타이드

 펩타이드 의약품은 40개 이하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입자의 크기가 매우 작다. 따라서 복용 시 조직 깊숙이 침투해 약효를 낼 수 있어 항암제 연구에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펩타이드 의약품은 입자의 크기가 작아 투여 후 5~30분 내에 소변으로 약품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자주 투여해야 한다. 반면, 항체는 펩타이드보다 입자가 크기 때문에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않는다. 이러한 항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펩타이드 의약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항원-항체 결합으로 펩타이드 표지해

 기존에는 항체와 펩타이드가 결합된 채로 단백질을 발현시킨 퓨전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퓨전 단백질은 펩타이드와 항체 간의 결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펩타이드와 항체가 떨어질 수 없어서 큰 입자 크기로 인해 세포 투과성이 낮다는 항체의 단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항원, 항체가 결합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항체와 펩타이드를 결합했다. 이 결합은 공유결합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중에서는 강해, 체내에 주입 후 10~20시간이 지나면 펩타이드와 항체가 저절로 분리된다. 그 시간 동안 펩타이드는 소변을 통해 빠져나가지 않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펩타이드가 항체에서 떨어져 나오면 혈관을 통해 조직 깊숙이 도달할 수 있다.


코티닌, 항체 구성하는 물질로 적합해

 연구팀은 코티닌을 사용해 항체를 개발했다. 니코틴의 대사물인 코티닌은 독성이 없어 많은 용량을 투입하여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고, 자연적으로는 혈중에 존재하지 않아 체내 투입 시 몸 속 성분의 농도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또한, 코티닌은 다른 물질에 비해 펩타이드를 항체로 표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의약품으로 만들기에 적합하다.


두 종류의 펩타이드로 항암제 개선해 

 코티닌으로 만든 항체에는 두 가지 펩타이드를 표지했다. 하나는 암세포 주변에서만 발현되는 특이 단백질을 표적하는 펩타이드로, 항체가 암 주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다른 하나는 혈관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에 붙어 그 역할을 억제하는 펩타이드로, 암세포에게 영양분이 공급되는 것을 차단하여 증식을 막는다. 연구팀은 이 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암 조직에 특이적으로 축적되고 표적 부위에서 펩타이드가 항체에서 분리되어 암 조직의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 펩타이드 의약품에 비해 혈중 반감기**가 약 20배 증가한 것을 확인하고 효과적으로 암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 코티닌으로 만든 항체에 암세포를 표적하는 펩타이드와 혈관 증식을 억제하는 펩타이드를 표지하면 혈중 반감기가 높은 항암제를 제작할 수 있다. (ⓒ전상용 교수 제공)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유병준 박사 과정은 “기존 펩타이드와 항체 의약품의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각각의 장점을 살렸다”며 “펩타이드의 조합을 바꾼다면 다른 질병의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반 연구이기도 하다”고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펩타이드*

아미노산 두 개 이상이 탈수 축합하여 이루는 아마이드.

혈중 반감기**

혈중 투여된 입자가 원래의 수의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