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 - <라스트 미션>

 

▲ (ⓒ(주)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마약상을 잡기 위한 추격전이 벌어진다. 마약단속국은 ‘타타’라 불리는 마약 운반책을 체포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막았다. 하지만 검은 트럭에서 걸어 나온 이는 87세의 참전 용사였다. 노인은 가방 안에 든 것이 마약이며, 배달하는 것만으로도 범법 행위에 가담하는 것임을 인지하고 있다. 참전용사인 데다 나이 많은 백인인 덕분에 노인은 경찰의 의심을 전혀 받지 않고 마약을 운반할 수 있었다.

 영화는 백합 재배에만 열중하느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었던 노인의 삶을 조명한다. 뛰어난 원예사로서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는 노인은 집에 돌아오는 순간 무심한 가장이 된다.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지만, 노인에게 가족이 최우선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손녀의 약혼식에 참석한 것도 단지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며, 마약 운반을 계속한 것도 그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시선에 비친 그는 이기적이다. 마약을 운반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충실하다.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틈틈이 파티에 참석한다. 호텔에서 젊은 여성들과 밤을 지새우는 그의 모습은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기는 한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막바지에 가서야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노인은 아직 기회가 있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뒤늦은 속죄를 시작한다.

 원제인 <The Mule>은 마약 운반책을 뜻하기도 한다. 영화는 세계 최고령 마약 운반책인 레오 샤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레오 샤프는 가족에 관한 관심도, 마약 운반에 대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다. 경찰에게 잡히자 그는 “신이 창조한 모든 식물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나아가 법정에서 그는 하와이산 파파야를 재배해 공급하는 것으로 징역살이를 대신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참회했다는 점에서 레오 샤프와 차이를 보인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너무나 유명한 말이지만, 노인은 87년을 살고서야 그 뜻을 깨달았다. 90세의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를 통해 주인공의 후회는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노인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법에 어긋난다. 하지만 그는 뒤늦은 용서를 구했기에, 가족들의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 기회를 얻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교훈 덕분에 노인은 그를 억누르던 짐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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