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을 따라 우리 하천과 4대 강 사업을 돌아보다

낙동강 유역 범람원에는 모래가 많다
낙동강은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긴 강으로, 길이가 506.17km에 달한다. 강 유역의 넓이는 2만 3,384km2로,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경상도 전체에 걸쳐 흐른다. 낙동강은 한자로 洛東江이라고 쓰는데, 가락국(가야)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과 낙양, 즉 지금의 상주 동쪽을 흘러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답사에서 가장 먼저 마주친 하천은 내성천이었다. 내성천은 낙동강의 지류로, 경상북도 봉화군과 예천군을 흐른다. 처음 본 내성천은 모래톱이 매우 넓게 발달해 있고 갈대와 수생식물이 빽빽한 모습으로, 흔히 보던 하천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동안 생각하던 강의 모습은 물가에 진흙이 갯벌을 이루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내성천에는 마치 바닷가처럼 모래밭이 펼쳐져 있었다. 이 모래밭은 범람원으로, 수위가 높아질 때 물에 잠기는 하천 옆의 낮은 땅이다. 물이 범람하면서 상류에서 침식된 퇴적물이 쌓여 광물질이 많은 비옥한 땅이 된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 발원했던 나일 강 유역이 대표적인 범람원의 예이다. 수원대학교 도시부동산개발학과 이원영 교수는 “우리나라 지질은 대부분 화강암인데, 여기에 포함된 석영, 장석 같은 물질이 강가 모래에서 많이 발견된다”라고 말했다.

모래 속의 광물질은 맑은 물의 일등공신
내성천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회룡포에 닿았다. 모 TV 프로그램에서 방영해 유명해진 회룡포는 내성천 물줄기가 반도처럼 생긴 땅을 휘감는 곳이다. 회룡포에 다다르니 범람원이 더욱 넓어져 있었다. 강을 건너려고 좁은 다리 위에 오르자, 강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물이 투명하고 맑아 하천 밑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이 교수는 “광물질이 많은 모래톱은 하천에 흐르는 물을 걸러 수질을 맑게 하는 역할을 한다”라며 “내성천의 물이 맑은 이유 중 하나는 범람원에 모래가 많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댐이 있는 강은 상류에서 모래가 내려올 수 없다”라며 댐을 쌓았을 때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리를 건넌 후 회룡포 안쪽에 있는 야트막한 산을 올랐다. 산에 올라 바라보니 강물이 휘어져 흐르는 모습이 더욱 잘 보였다.

강 한가운데 떠 있는 생명의 요람, 하중도
산에서 내려와 계속 내성천을 따라가다, 유난히 넓은 모래사장이 있는 곳에 멈추었다. 앞서 가던 지율 스님이 신발을 벗고 걷기 시작했다. 뒤에 남은 기자들이 신발을 벗을까 말까, 발이 젖으면 어떻게 하나 망설이는 동안에도 스님은 앞으로 성큼성큼 걸었고, 결국 하나 둘 신발을 벗기 시작하더니 모두가 맨발로 모래 위를 걷고 있었다. 그렇게 강을 따라 걷다가 하천 가운데 떠 있는 작은 모래섬을 향했다. 이런 섬을 하중도(河中島)라고 하는데, 강물의 흐름이 느려지는 등의 이유로 퇴적물이 쌓여 강물 가운데 섬이 만들어진다. 서울의 여의도나 새떼로 유명한 밤섬, 뉴욕의 맨해튼 섬 등이 하중도다. 이런 하중도는 철새가 이동 중에 쉬어가는 휴식처나 수달 등 동물의 서식지가 되기도 한다. “어, 발자국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달의 발자국이 보였다. 실제로 수달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발자국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 퍽 반가웠다.

계속 걷다 보니 발바닥이 아팠다. 확실히 강가의 모래는 백사장의 모래보다 알이 굵었다. 중류를 걷고 있다는 증거였다. 강 유역의 퇴적 입자는 상류에서 하류로 갈수록 작아진다. 강줄기가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곡류나, 하중도 같은 지형 역시 하천의 상류보다는 중하류에서 잘 나타나는 특징이다. 하중도를 빠져나와 마른 모래를 걷다 보니 발이 금방 말랐다. 발이 젖으면 어쩌나 했던 걱정이 무색했다.

관리수위 문제, 양측 주장 엇갈려
다음에 향한 곳은 구담보 공사현장이었다. 낙동강에 지어지는 보 중 하회마을에 가장 가까운 구담보는 구담습지에 세워진다. 구담보는 본래 하회마을 근방에 세우려던 하회보가 환경단체와 주민의 반발로 전면 백지화되면서 그 역할을 일부 대신할 예정이다. 구담습지에는 청둥오리나 수달 등이 살고 있다.

보를 세우면 유속이 느려지고, 물이 같은 구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 수위가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높아진 수위를 보의 관리수위라고 하고, 이 높이보다 아래에 있는 곳은 보가 건설되면 물에 잠기게 된다. 보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가두는 물의 양이 늘어나 관리수위가 오른다. 현재 구담보는 관리수위 문제를 두고 건설 반대와 찬성 측이 맞서고 있는데, 반대 측은 습지의 많은 부분이 물에 잠긴다고 주장하는 반면 찬성 측은 예상 관리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지율 스님은 “하천 공사를 할 때 공사에 필요한 흙이나 돌을 얻기 위해 산을 깎아내기도 한다”라며 산림 훼손에 대해 걱정했다. 실제로 공사 현장 옆 산이 깎여 나간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산이 공사 때문에 인위적으로 깎인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산사태 등으로 무너진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하회마을에서 굽이쳐 흐르는 강의 모습
안동 하회마을은 류성룡 등의 위인을 배출한 하회 류씨의 집성촌으로, 하회탈, 초가 마을, 고택 등의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회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는 지형이다. 이 마을은 하천의 곡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 중 하나다. 하회마을 옆에 위치한 부용대라는 절벽에 올랐다. 부용대 정상에서는 하회마을을 휘감는 곡류(曲流)가 아주 잘 보였다. 곡류는 말 그대로 하천이 굽이치면서 흐르는 구조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천이 흐르던 도중 산이나 언덕 등의 장애물을 만나면 한쪽으로 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피하는 방향 쪽 강변은 강한 물의 흐름을 받아 침식 현상이 우세해지고, 반대쪽 강변은 상대적으로 퇴적이 많이 일어나 강이 휘어지게 된다. 또, 하천이 흐르던 평지에서 융기가 일어나 강의 침식작용이 활발해져 급한 곡류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곡류의 휘어짐이 심해지면 물줄기가 끊어져 우각호(쇠뿔처럼 생긴 호수)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회마을의 곡류를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는 하천을 건너기 위한 배다. 부용대에서 하회마을로 건너가기 위해 배를 탔는데, 이 배는 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인다. 사공이 장대로 강의 밑바닥을 밀어 배를 움직이는 것이다. 크기도 작지 않은 배를 한 사람이 몰 수 있는 것은 곡류 때문이다. 강이 심하게 휘어져 있어 강의 흐름에 수직이 아닌 방향으로 배를 몰아도 건너편 기슭에 닿을 수 있다.
 
안동댐 때문에 수심이 얕아져
배를 타고 가면서 보니 강바닥에 배가 닿을 듯 물이 얕았다. 이유를 물으니 1976년 안동댐이 지어지면서 유속이 느려져 퇴적작용이 활발해졌고, 이 때문에 수심이 낮아졌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답사에 참여한 교수들이 우려하는 바도 이와 같았다. 보를 쌓으면 보가 있는 지점에서 유속이 심하게 느려져 보 밑에 집중적으로 퇴적이 일어나고, 이 퇴적물을 다시 파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반면 찬성 측에서는 개방형 보를 만들어 필요할 때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견해이다. 어느덧 강기슭에 닿은 배에서 내려, 이 날의 마지막 행선지인 풍산습지로 향했다.

제방을 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풍산습지는 또 다른 공사 현장 중 하나로, 보와 제방을 쌓게 된다. 하천의 다른 구간에 보를 쌓으면 전체적인 하천의 수위가 올라가고, 이에 따른 범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강 양 옆에 제방을 높이는 것이다. 제방을 쌓아 홍수에 대비하는 방식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불어난 물이 그대로 하류로 내려가, 하류에서 더 큰 홍수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전대학교 토목공학과 허재영 교수는 “스웨덴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사용하지 않는 땅에 있는 제방을 헐고 범람원을 만들어 하류에 미치는 압력을 줄인다”라며 제방 공사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또한 “현재 본류는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고 지류의 정비가 이보다 미비한 상황인데, 4대 강 사업은 잘 정비된 본류를 다시 손보겠다는 것이다. 지류부터 가꾸어 나가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하천 정비, 상하류간 정보 교류가 잘 이뤄져야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공덕천 공사 현장으로 나갔다. 제방을 높이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현장에는 공사하는 동안 물의 침입을 임시로 막는 ‘가물막이’라는 구조물이 서 있었다. 허 교수는 “상류에 공사를 하면 하류에 있는 모든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상, 하류 정비를 잘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진강처럼 남북한에 모두 흐르는 강은 상, 하류의 정보 교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물었다. 허 교수는 “사실상 정보교류가 이뤄지지 않는다. 연천댐이나 평화의 댐이 지어진 이유도 북한과 하천에 대한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댐은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용 댐’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어느덧 답사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낙동강 지류가 합쳐지는 삼강 상주보 공사 예정지에는 붉은 깃발이 줄지어 서 있었다. 깃발 안쪽은 흙을 파내 강을 넓히는 준설 공사를 하는 곳이었다. 빨간 천이 일직선으로 늘어서 있는 모습은 ‘강이 직선화된다’는 말의 의미를 무엇보다도 잘 전해주었다.

상주보 건설 현장에는 울창한 숲과 새떼가 그려진 조감도가 있었다. 원래 이 곳은 많은 버드나무가 강을 따라 줄지어 있어 그 모습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걷다 보니 강가의 나무를 베어 둔 것이 보였는데, 공사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를 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인제대학교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는 “정부는 4대 강 사업을 통해 생태계를 복원한다고 하는데,  인공적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생태계 복원인지 묻고 싶다”라고 했다. 공사현장에는 오탁방지막이 늘어서 있었다. 오탁방지막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흙 등이 강을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이 교수는 “오탁방지막이 끊어지거나 망가져 있는 곳이 많다. 시공사나 정부에서 잘 관리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찬성과 반대, 확실한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해야
4대 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모두 각자 다른 이유와 사연, 이해관계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사실판단보다는 가치판단의 영역이고, 어떤 가치를 다른 가치보다 먼저 생각하는가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다만, 이런 가치관의 충돌은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이원영 교수는 “대통령과 함께 이 강을 걸어보고 싶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대통령이 이 강을 직접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꼭 대통령이 아니라도 모두가 강변을 한 번씩 걷고, 하천 개발의 타당성에 대해 한 번씩 고민해 본다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 사각사각 모래 소리를 들으며 맨발로 강 옆을 걸어본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