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곤충과는 다른 제노스 페키의 독특한 겹눈 구조에서 영감 받아 … 기존보다 두께 얇으면서도 시야각 넓고 분해능 향상돼

 

▲ 끝부분이 오목한 구면을 이루는 마이크로 프리즘 사이에 SU-8을 주입하여 두께 1.4mm의 초박형 카메라를 제작하였다. (ⓒ정기훈 교수 제공)

 바이오및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벌의 체내 기생충인 제노스 페키(Xenos peckii)의 눈 구조를 모방한 초박형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작년 10월 24일 <라이트: 사이언스 앤드 어플리케이션즈(Light: Science and Applications)>에 게재됐다.


겹눈 모방한 카메라 개발 시도 계속돼

 곤충의 눈은 대부분 겹눈 구조로 되어 있다. 겹눈이란 육각형 무늬의 수많은 낱눈이 모여서 이루어진 눈이다. 곤충은 각각의 낱눈에서 전체 이미지의 일부분만을 얻고, 이 이미지들을 모자이크처럼 모두 합쳐 하나의 큰 이미지로 인식한다. 구형으로 배치된 낱눈은 모두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곤충들은 더 넓은 시야각을 가진다. 따라서 곤충의 겹눈 구조를 모방하여 더 우수한 성능의 카메라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곤충의 겹눈 구조처럼 렌즈를 구형으로 배치하면 평면 이미지를 얻지 못하고, 반대로 평면으로 배치하면 겹눈 구조의 장점인 넓은 시야각을 얻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특이한 겹눈 구조 가지는 제노스 페키

 제노스 페키의 눈도 겹눈 구조이지만, 다른 곤충들과는 달리 각각의 낱눈이 부분적인 이미지가 아닌 전체의 이미지를 인식한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인접한 낱눈으로 입사하는 빛이 서로 간섭을 일으켜 허상이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겹눈의 가장자리에 난 미세한 털이 겹눈 주변의 빛을 차단해준다. 


각 채널이 곤충의 낱눈 하나에 대응

 연구팀은 이러한 특성을 모방하여 크기가 작으면서도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카메라를 개발했다. 카메라에서 낱눈의 역할을 하는 채널은 넓은 각도에서 입사하는 빛의 방향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프리즘과 이를 모아주는 마이크로 렌즈, 그리고 인접한 채널에서의 빛을 차단하는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채널들은 상이 맺히는 CMOS*(Complementary Metal Oxide Sensor) 이미지 센서 위에 병렬적으로 배열되며, 영상 처리 기법을 통해 각 채널이 얻은 정보를 취합해 최종적인 이미지를 얻는다. 각 마이크로 프리즘의 끝부분을 서로 이으면 오목한 구면이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구조가 넓게 입사하는 빛을 모으면서도 평면에 상이 맺히도록 해 준다. 또한 연구팀은 각각의 마이크로 프리즘 사이에는 흡광성 고분자인 SU-8을 주입하여 빛의 간섭을 차단했다.


MEMS 공정 이용하여 카메라 제작해

 지름 3.4mm, 두께 1.4mm로 매우 얇은 카메라는 MEMS**(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공정을 이용하여 제작되었다. 구형 렌즈 압착을 통해 마이크로 프리즘 끝부분을 오목한 구면으로 만든 것, 피펫팅(Pipetting)으로 SU-8을 주입하고 모세관 현상을 통해 프리즘 사이사이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한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카메라는 크기가 작음에도 68°의 넓은 시야각을 가지고, 기존 핸드폰 카메라 등에 비해 두께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개발된 초박형 카메라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성능이 뛰어나 의료, 국방,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장경원 박사과정은 “제노스 페키의 눈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초박형 카메라를 제작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CMOS*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 저장해 주는 센서.

MEMS**

실리콘이나 수정, 유리 등을 가공해 초미세 기계구조물을 만드는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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