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유전자가 교정된 아기가 태어나 큰 논란이 일었다.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 전 교수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학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이 일었다. 상상 속에서만 일어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는 들뜬 반응도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연구를 진행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이 연구에는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지, 관련 연구 분야에는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그리고 해당 연구는 우리에게 어떠한 점을 시사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최초로 태어난 유전자 교정 아기

 유전자가 교정된 아기가 태어난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11월 말이다. 허젠쿠이 전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의 연구를 알렸으며 지난해 11월 28일 홍콩에서 열린 ‘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e Editing(인간 유전자 교정에 관한 국제 정상 회의)’에서 관련 발표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교정된 유전자를 가진 ‘루루’와 ‘나나’라는 이름의 쌍둥이가 태어났다. ‘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e Editing’에서 진행된 허젠쿠이 전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중 ‘루루’는 CCR5 유전자가 사라진 채로 태어났지만 ‘나나’는 연구 의도와는 다르게 15개의 서열이 결실된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루루’와 ‘나나’ 외에 교정된 유전자를 가진 다른 아이도 임신된 상태라는 사실도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유전자 가위 이용해 AIDS 예방 시도

 허젠쿠이 전 교수가 사용한 기술은 ‘CRISPR-Cas9 유전자 가위’로, DNA 서열을 특이적으로 제거하거나 바꾸는 데 사용된다. 허젠쿠이 전 교수는 원하는 서열을 망가트리는 기술을 사용해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는 가장 초창기의 유전자 가위 기술로 분류된다. 허젠쿠이 전 교수가 연구에서 사용한 이 기술은 이론적으로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지만, 안전성 및 윤리와 관련된 논쟁 때문에 인간에 적용시키는 연구가 이전까지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해당 연구에서 유전자 교정 대상으로 삼은 유전자는 CCR5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가 암호화하는 CCR5 단백질은 HIV 바이러스의 수용체로 알려져 있으며, 이 유전자를 결실시키면 HIV 바이러스로 인한 AIDS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허젠쿠이 전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해당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아기를 출산시켜, 이 아기가 AIDS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연구를 진행하려고 했던 것이다.


곳곳에서 제기된 우려와 비판

 해당 연구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다. 인간 유전자 교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이 과학계의 주된 견해이다. 허젠쿠이 전 교수가 연구 결과를 알린 이후 중국 과학자 122명은 SNS를 통해 해당 연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전자 편집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이외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해당 연구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International Summit on Human Gene Editing’에서 허젠쿠이 전 교수의 발표가 진행된 이후에도 비판은 끊이지 않았다. 해당 회의에서는 ▲유전자 교정이 잘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점 ▲‘나나’의 경우 원하는 대로 유전자 교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 ▲유전자 교정을 통한 연구에는 헌팅턴병이나 테이-삭스병이 더 적합한 연구 대상이라는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오갔다. 

 허젠쿠이 전 교수는 해당 연구와 관련해 광둥성 당국의 조사를 받았으며, 남방과기대에서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인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전자 교정, 어떻게 사용할까

 해당 연구에 대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식물의 유전자 교정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먼저 “현재 진행되는 연구의 수준을 고려할 때 ‘유전자 교정’이라는 용어가 바람직하다”고 전하며 언론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유전자 편집’이라는 용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정 서열만을 선택적으로 바꾸는 연구에 대해 ‘편집’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과하다는 시각이다.

 김 교수는 허젠쿠이 전 교수의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유전자 교정 연구 전반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다방면에서 중요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이므로 무조건적으로 해당 기술 사용을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오히려 이 기술이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제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

 유전자 교정 아기를 태어나게 한 허젠쿠이 전 교수의 연구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김 교수는 “큰 문제를 가진 연구이며, 과학기술계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시험관 아기의 예를 들며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문제없이 성장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 논쟁에 휩싸이지 않고 발전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유전자 교정 기술로 이미 태어난 아기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관련 기술을 이용한 연구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다”는 생각을 전했다. 사회적 합의를 건너뛰고 성급하게 연구를 진행한 것이, 과학계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김 교수는 허젠쿠이 전 교수가 제거한 CCR5 유전자가 원래 수행하던 기능이 사라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염기서열에 대한 절단이 일어났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관련 연구 향후 전망, 예측 어려워

 관련 연구 분야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 김 교수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유전자 교정을 거쳐 태어난 아기가 잘 성장할지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인해 국제적으로 유전자 교정 기술에 대한 규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 실질적으로 효력 있는 규제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긍정적인 전망을 전하기도 했다.


연구 윤리에 대해 생각해볼 점은

 김 교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 “연구자들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연구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알려 합의를 이루어야 하고, 사회 구성원들도 열린 마음으로 과학기술에 대해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명공학 연구자의 입장에서 “유전자 교정이라는 넓은 주제에 대해 한꺼번에 논하는 것보다 사안별로 연구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교내 구성원들에게 “평소 실험할 때 불편하더라도 작은 유기체나 화학 물질을 생명 존엄성과 안전성을 고려해 다루었으면 한다”며 “작은 영역에서부터 윤리에 대해 생각하는 훈련이 이루어지면, 규모가 큰 일에 직면할 때 보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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