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상의 온 뜨락이 봄내로 물들고 있습니다. 개강일에는 옷깃을 여미고 강의실에 들어갔던 기억밖에 없는데, 올해는 웬일인지 따스한 기운이 첫 등교를 반기어 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올 한 해를 밝고 힘차게 정진하라는 격려가 아닐까요. 학우 여러분 모두 보람찬 새해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개강을 앞두고 이번 방학에는 무얼 했는지 한번 돌이켜 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과학기술전문사관 후보생 현장실습교육을 다녀온 일입니다. 그 이름이 다소 생소하기도 합니다만, 저도 이 제도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지는 못한 채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합격할 수 있었고, 그래서 제 경험과 지원 과정에서의 소회를 공유하고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처음 지원하게 된 계기는, 병역 의무 수행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중 우연히 학교에서 홍보하는 포스터를 보게 된 것입니다. 대부분의 학우들께서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계시리라 믿는데요, 저는 대학원 진학을 신중히 결정하고 싶었고, 또 병역의 의무를 빨리 수행하여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역 입영을 지원하려던 차였기에, 여러모로 관심을 갖고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게 된 것입니다. 다른 학우분들께서도 이 글을 통해서든, 학내 포스터를 통해서든 이 제도에 대해 아시게 된다면 좋은 기회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지원은  각 년도의 9월 즈음 4, 5학기에 재학 중인 자나 익년 3월 즈음 5, 6학기로 복학 예정인 자를 대상으로 하며, 학과도 몇 가지로 제한이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www.rond.or.kr/)에서 확인하시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합니다. 지원 절차는 총 세 단계로 이루어지는데, 1차는 서류 평가, 2차는 면접 평가, 3차는 종합 평가입니다. 서류에서는 학점과, 이제까지의 실적 등을 가지고 평가를 하며, 2차는 신체 상의 결격 사유를 판단하기 위한 신체 검사와 면접을 실시하는데, 다만 신체 검사에서 팔굽혀펴기 등 여러 운동 능력을 요구하는 심사는 없으니 큰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3차에서는 1, 2단계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최종 후보생을 선발합니다.

 면접은 총 4종류로, 한 종류의 전공 적합성 면접과 세 종류의 인성 면접으로 나누어집니다. 전공 적합성 면접은 본인 전공 계열과 관련된 간단한 문제 해결 능력을 물어보고, 자소서 등 제출 서류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루어집니다. 인성 면접은 토론 면접, 신체 검사에서 실시한 인성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인성면접, 전반적인 질의 응답을 진행하는 면접의 세 종류로 나뉩니다. 정장 혹은 단정한 복장의 착용이 요구되므로 1차 심사를 통과한다면 정장을 한 벌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면접장에서 여러 지원자들과 대화를 좀 나누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이 연구에 큰 관심이 있고,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이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진로에 대해서는 크게 대학원 진학과 과학기술전문사관 복무 중에서 고민하는 친구들이 더러 보였고, 개중에는 창업에 관심있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점은 카이스트의 학우들과도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다양한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과학기술전문사관으로 복무하는 것이 보탬이 되었으면 되었지 결코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길고 긴 선발 과정을 거쳐 합격했을 때는 상당히 기쁜 마음이 컸습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보생으로 임관이 되면 8학기만에 졸업을 해야 하며, 남은 대학생활 중에도 2회의 현장 실습 교육과 국방과학기술교육, 전공 교육, 창업 교육에 해당하는 관련 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국방과학기술교육, 전공 교육은 전공과목이나 기초과목으로 채울 수 있고, 창업 과목은 지정 과목 중 6학점 상당에 해당하는 학점을 이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수고로움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장학금 또한 주어집니다. 장학금은 직전학기 성적이 3.3 이상 혹은 백분위 87 이상이면 학기당 250만원씩 지급되므로 생활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방학 때 갔다 온 현장실습교육에서는 합격 증서 수여식을 진행하였고, 국방과학연구소의 각 본부에 대한 소개 및 각 본부에서 개발하는 무기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미래전장이나 무기 체계에 대해 생각해보기, 국방과학연구소 견학 등이 진행되었습니다. 선배, 동기들은 대부분 현장 실습 교육을 하며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실습 일과가 끝나고 주어진 자유시간에 회식을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눈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아직 후보생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후의 일정을 경험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제 경험이 이 제도에 관심 있는 학우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복무를 하며 여러 어렵고 힘든 점들이 많겠지만, 국방과학연구소에서의 연구 활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과학기술전문사관으로서의 경험이 큰 스펙으로 작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또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이나 도전을 하기를 원한다면 주저없이 지원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포부와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지 충분히 합격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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