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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전
[458호] 2019년 02월 26일 (화) 노제일 일러스트부 기자 kaisttimes@gmail.com

 

 휴학을 하고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군대를 간다 해서 슬프거나 시간이 아깝진 않다. 후회스럽고 못난 지난 2년이 아쉬울 뿐이다.

 면접 마지막 문제를 끝까지 못푼 채, 면접장에 오게 해준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면접장을 나온 내게 카이스트 합격은 과분했고 부족한 실력임을 알지만 입학했다. 지금 보면 합격 기회는 더 절실한 누군가에게 갔어야 했다. 입학처는 잠재성을 기대했겠지만 내가 이리도 침전할 줄 알았다면 나를 뽑지 않았을 거다. 나는 스무 살, 스물 한 살을 사는 동안 침전했다. 입학할 때 남들보다 부족하기 때문에서라도 되고자 다짐했던 성실한 내가 되지 못했다. 2점대 평점은 항상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해줬다. 

 중학교 때 공부를 제대로 안해 버릇해서 고교 입학 후 실력이 마음을 따라가질 못해 열등감과 체념이 잦았던 나는, 나를 깎아 태워서 불을 지폈고 나를 몰아세워 만든 동기부여로 경쟁했다. 뒤쳐졌기에 밤을 새운 열 일곱은 더 나은 열 아홉이 되었는데 왜 뒤쳐진 스무 살은 더 나은 스물한 살이 되지 못했을까. 밤 새워 노력하는 법은 왜 잊어버렸을까. 일기장을 뒤져가며 그 이유를 추적하지만 잘 모르겠다. 

 실제로 노력을 안한 건지 결과 때문에 노력을 부정한 건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노력한 결과가 작을까봐 무서워서 노력하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공부 뿐 아니라 스무살, 스물한 살의 모든 게 침체, 침전이었다.

 군대를 도망치듯 갈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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