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 기계공학과 18학번

 이 글을 쓰고 있는 2월 23일 오후, 나는 아직 새내기다. 19학번이 이미 학교에 입주한 지 오래이지만 말이다. 이제 헌내기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만, 학사시스템에서는 아직 새내기이니 하루만 더 새내기라고 버티고 싶은 마음뿐이다. 월요일 개강을 하면, 기계공학과에 진입하고, 더 새내기라는 타이틀을 갖다 버려야 하지만, 어째선지 내주기 싫다. ‘기계공학과 새내기’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새내기처럼 살고 싶다. ‘아직도 새내기인 척, 부끄럽지도 않냐?’라고 물어보고 싶다면 미안하다는 말만 전해줄 뿐이다. 그래도 나는 분명히 말하고 싶다. 새내기라고 고집부리는 나도 나를 질타하는 헌내기인 당신도, 아직 젊다고.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거의 모든 동아리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긴 하지만, 고학번 즉, OB가 되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참 의아했다. 우리 동아리 선배들은 자신이 동아리에서 활동을 멈추는 이유로 바쁘기도 하지만, 신규 부원에게 부담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이런 모습을 보면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오히려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고, 해결책이나 새로운 방법의 아이디어를 넌지시 건네주시는 모습에 존경심을 느끼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나이 차가 많아야 5살인데, 소학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지 않은가, 위아래로 5살까지는 친구라고.

 요새 페이스북에 자주 보이는 게시물로 ‘학번별 호칭 정리’라는 글들도 사실 상당히 언짢다. 장난으로 올리는 게시물임을 아는데도, 학번별로 호칭을 공고히 하고, 조금만 높은 학번이라도 ‘화석’이니, ‘석유’니 하는 모습을 보면 회의감이 든다. 선배는 선배대로 후배에게 다가가기 어렵고, 후배는 후배대로 선배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감이 없지 않다. 다행히 KAIST는 학번 간 경계가 얇다고 느껴지지만, 나를 화석이라고 생각할 후배에게 다가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파진다. 그리고 교내 커뮤니티인 ‘카대전’에서 요새 자주 보이는 게시물 중 하나인 ‘새내기가 아닌데, ~~동아리에서 활동할 수 있나요?’라고 묻는 글들이 나는 참 답답하다. 당신이 새내기가 아닌 것이 동아리에 불합격될 사유가 되는지 말이다. 당신이 새내기가 아닌 것이 취미에 흥미를 잃는다는 것도 아니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망각시키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저렇게 묻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오히려 새내기들만 선발하는 동아리에 문제가 있지 않은가? 나도 당신도 새내기들처럼 젊고, 열정 있다. 나이 때문에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등학교 때는 선후배 간의 군기가 확실했었다. 선배에게 형이나 누나라는 호칭은 금지되어 있었으며, 지나가다 마주치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야 했었다. 이런 문화를 ‘꼰대’같다, ‘적폐’다, 라며 거부하는 무리가 많았지만, 나는 순순히 따랐었다. 이때는 선배와 왜 친하게 지내야 하는지 잘 몰랐고, 선배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몇몇 선배와는 친해져 아직 연락도 하고 실제로 만나기도 하지만, 아직 그때의 습관을 못 버린 듯하다. 아직도 만나면 손을 흔드는 것보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편하고, 높임말을 사용하는 게 좋다. 이제야 느끼는 바는 만약, 선배들에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거나, 내가 선배들을 편하게 생각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아마 지금 내 행동과 생각들이 바뀌지 않았을까?

 이렇게 긴 글을 읽어 줘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저도 헌내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준비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두서없이 얘기하긴 했지만, 헌내기와 새내기를 나누는 것이 참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내기들은 선배들을 두려워하지 마시고, 헌내기들은 새내기들이 자신을 두려워할까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친구가 되어 함께 나아가는 KAIST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새내기. 저희 헌내기와 함께 최첨단을 돌파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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