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물인터넷 시대가 다가오면서 웨어러블 기기, 헬스케어 기기 등이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소형 저전력 기기들이 발달하면서 미세 에너지를 모으는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로, 태양광, 진동, 열, 풍력 등과 같이 자연적인 에너지원으로부터 발생하는 미세한 에너지를 수확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하기 위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 전망을 알아보자.

 

사물 인터넷에 적합한 에너지 기술 필요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인 사물인터넷과 사람이 몸에 직접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는 최근 정보통신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분야 중 하나다. 사물인터넷 환경에서는 무형 혹은 유형의 객체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빛, 온도, 소리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가 곳곳에 설치되어야 한다. 또한,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사람이 장시간 착용하고 다니기에 편리해야 한다. 이러한 센서와 웨어러블 기기는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설치되거나, 인체에 밀착되어야 하므로 독립 전원을 필요로 한다. 배터리가 그 역할을 맡고 있지만, 현재 일반적인 배터리는 정기적인 교체가 필요하고, 사람의 몸에 직접 부착하기에 크기가 너무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배터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 불균등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에너지 하베스팅은 1954년 미국 벨 연구소가 태양광을 에너지로 바꾸는 태양 전지 연구를 진행하면서 소개되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확하여 유용한 에너지로 바꾸는 친환경 기술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자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나 사람이나 기계에서 발생하는 열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따라서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 불균등화 문제나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에너지 하베스팅은 소자의 민감도가 낮고, 크기를 줄이기 힘들어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무선통신기술과 반도체 기술이 발달하면서 작고 저전력화된 전자기기에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적용하여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에 큰 도움을 주게 되었다. 이에 따라 최근 인체의 움직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군용 장비, 미세 자기장을 이용해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기기 등이 개발되고 있다. 


전력 밀도가 높아 유용한 압전 하베스팅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원리에 따라 압전 하베스팅, 열전 하베스팅, 광전 하베스팅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압전 하베스팅은 다른 기술에 비해 전력 밀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압전 하베스팅은 압력 혹은 진동으로부터 에너지를 수확하는 기술이다. 압전은 특정 물체에 압력을 가하면 음전하와 양전하가 분리되는 상황이 일어나며 전하의 밀도 차로 인해 전기가 흐르는 현상이다. 압전 하베스팅은 이 압전 효과를 가지는 소자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수확한다. 부도체 소자에 인장, 수축과 같은 기계적 변형을 가하면 재료 내부에 있는 이온의 상대적 위치가 달라지며 재료의 분극의 크기가 변화한다. 이때 재료의 분극화로 전극과 압전재료 물질 계면에서 전하의 밀도가 순간적으로 변한다. 그러면 전자의 이동이 발생하며 전류가 생성되어 외부로 전기에너지가 흐르는데, 이 에너지를 수확하여 기기에 이용할 수 있다.

 일본 음지 발전사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발전 마루'를 개발했다. 발전 마루는 자동차, 자전거, 사람 등이 지나갈 때 생기는 압력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장치로 하루에 최대 200kW를 생산할 수 있으며 지하철 통로와 개찰구, 수족관 등에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압전 하베스팅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작년 3월 이소 불화비닐을 이용한 도로용 압전 발전 장치를 개발했다. 도로용 압전 발전 장치는 도로 위 자동차가 누르는 압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열전 소자 이용해 편리해진 심전도 측정

 열전 하베스팅은 열전 효과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수확한다. 열전효과는 온도가 차이 날 때 전류가 흐르는 현상을 통칭하며 제벡 효과, 펠티에 효과 등이 있다. 먼저, 제백 효과는 서로 다른 두 금속의 양쪽 끝을 붙인 뒤 한쪽을 가열하면 온도 차에 의해서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또한, 펠티에 효과는 서로 다른 도체를 접합하여 전류를 흐르게 할 때 접합부에 발열 또는 흡열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 학교 전기및전자공학부 조병진 교수 연구팀은 이를 이용하여 스스로 충전할 수 있는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를 개발했다.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는 사람의 체온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며, 히트 싱크*를 달아 열전 소자 양쪽의 온도 차를 발생시켜서 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며칠 동안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보편화 되어있는 측정기는 배터리로 전기를 따로 공급해야 해, 착용한 채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연구팀이 에너지 하베스팅을 이용하여 제작한 측정기는 장치가 유연하고 크기가 작아서 몸에 부착하고 생활하기에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팩토리 실현 위한 하베스팅 기술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웨어러블 기기뿐만 아니라, 제품 생산 전 과정이 무선통신으로 연결되어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스마트 팩토리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산업 시설에서는 전력설비의 안전진단 및 유지보수의 편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전력설비의 실시간 상태진단과 무전원, 무배선, 고신뢰도 등을 갖춘 무선진단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정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안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자기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이용한 자가발전 온도 센서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온도 센서는 전선 주위의 폐자기장을 수집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아날로그 디지털 전력 변환을 통해 센서 및 무선송신 모듈의 전원으로 공급한다. 또한 2.4GHz의 주파수로 10~15m 떨어진 수신기에서 측정된 온도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모니터에 표기한다. 


소자의 생산 전력 높이려는 노력 필요해

 물론, 아직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극복해야 할 점은 많다. 현재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의 가장 큰 난관은 생산 가능한 전력이 작아, 사용 분야가 전자부품의 운전 및 제어로 국한된다는 것이다. 에너지 하베스팅이 규모가 더 큰 분야에 적용되려면 출력 성능, 내구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소자의 성능을 높이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열전 소자는 에너지 변환 효율이 낮아 작은 크기로 제작할 경우 생산되는 전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노 기술을 적용해 열전 성능 지수를 높이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또한, 기존 압전 소자는 납을 사용해 인체에 유해하고 잘 깨지는 단점이 있었으나 이 또한 고분자 압전 재료, 고분자 복합 소재를 이용하여 보완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큰 규모로 성장할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

 시장 조사 전문 기관 마켓츠 앤 마켓츠(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2016년 에너지 하베스팅 시장 규모는 약 3.1억 달러였으며, 2023년까지 연평균 10.62%의 성장을 이어나가 2023년에는 6.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작년 4월 경북 영천시에서 에너지 하베스팅 연구 활성화를 위해 1,74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은 다가올 스마트시티뿐만 아니라 의료, 헬스케어, 자동차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적용하면 스마트 카의 연료와 전기 사용료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 최근 개발되는 인체 감지, 치료를 위한 나노 센서에 압전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결합하면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세먼지, 지구온난화 등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고자 하는 노력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이에 더하여, 앞으로 에너지 하베스팅이 기존 기계나 공장이 가지고 있었던 배터리 문제 등을 해결할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팩토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히트 싱크(Heat Sink)*

반도체 장치 등에서 온도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서 부착하는 방열제.

 

 

참고문헌 | <압전에너지 하베스팅 전망 및 최신 기술 동향>, 정영훈, 하연   <압전 진동 에너지 하베스팅>, 손정우 외 4명, 소음진동 제26권 1호 

자문 | 전기및전자공학부 조병진 교수   한국전기연구원 배준성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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