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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했던 그곳, 러시아
[457호] 2019년 02월 12일 (화) 백선우 기자 sw981127@kaist.ac.kr

 두 달 반 간의, 길었던 방학이 어느덧 끝을 향해간다. 이번 방학에 나는 버킷리스트 항목 중 하나를 지워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그리고 러시아 여행. 그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였다. 길게도, 짧게도 느껴질 수도 있는 7일간의 시베리아 횡단 열차, 그리고 열차 밖 7일간의 러시아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따스하고 상냥했다.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나와 친구들은 매일 한 번씩의 도움을 받았다.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유심칩을 구매할 루블화가 없어서 쩔쩔매고 있는 우리에게 현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ATM기의 위치와 이용 가능한 카드를 알려준 택시 아저씨.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는 여권 갱신 전에 티켓을 사 여권 정보가 맞지 않아 쩔쩔매고 있는 친구에게 큰 문제가 아니라면서 안심을 시켜주던 차장 아주머니. 이르쿠츠크에서 호스텔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주소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거냐고 타박을 하시며 호스텔 입구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신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아주머니.

 이렇게 우리를 도와준 수많은 사람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들은 이르쿠츠크 마지막 날 새벽 기차를 타기 위해 지친 몸을 몇 시간이라도 누이려 예약했던 호스텔에서 사기를 당했을 때 도와준 친구들이다. 주소를 맞게 찾아갔지만 호스텔이 존재하지 않아 당황하고 있을 때, 아파트 전부를 돌고 해당 호스텔로 전화해주며 우리를 도와주려 했던 친구들. 결국에 우리가 예약했던 호스텔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기차 타기 전까지 집에서 쉬라며 데려가서 우리에게 따뜻한 차와 재밌는 이야기들을 내주었던 그 친구들. 비록 5시간 정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친구들이 베풀어준 정은 14일 동안 머무른 러시아의 추억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적지 않은 나라들을 여행해왔다. 하지만 그 어느 나라도 다시 여행하고 싶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이제 러시아는 꼭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무뚝뚝해 보이지만 친절한, 조금이라도 곤경에 처한 듯 보이면 먼저 다가와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는 나라. 러시아를 다시 여행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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