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골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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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골쥐입니다
  • 김세인 학우(새내기과정학부 18)
  • 승인 2019.02.13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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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클 대’ 에 ‘밭 전’.

 정말 쓰기도 간단하고 뜻도 쉬운 한자로 만든 이름 아닐까 싶습니다.

큰 밭이라는 뜻. 지금의 대전을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름입니다. 조금만 길을 걸어 나가도 쫙 깔린 다차선 도로들과 구석구석 박혀 있는 지하도로, 수많은 아파트와 건물들로 이루어진 빌딩 숲은 그저 하나의 대도시의 모습일 뿐입니다. 그 어느 곳에도 흔히들 생각하는 밭의 풍경은 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이 뜻을 잘 나타내는 곳은 대한민국의 남단으로 갈수록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대한민국의 남단 그리고 땅끝 그곳이 제가 올라온 곳입니다.

 땅끝과 그리 멀지 않은 마을에서 제 모든 청소년기를 보내고 대전에 올라왔습니다. 마을 주위에는 논밭만 펼쳐져 있으며, 마을에 있는 학생 수를 세어보라고 한다면 다섯 손가락으로도 충분한 흔히 부르는 촌입니다. 특별한 날에만 인근 시외로 나가고 다른 지역으로는 가본 적이 없고 고등학교 3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줄줄이 있는 면접 기간 때 기차를 처음 타 본 저는 그 누가 촌놈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런 촌놈이 대전광역시를 오니 여러 높은 건물들과 상가들 때문에 정신이 팔려 구경하느라 고개를 숙일 날이 없었습니다.


 정중지와.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을 가진 이 사자성어는 누가봐아도 저에게 딱 어울리는 말입니다. 마을에 조그마한 은행과 슈퍼, 최근에 재포장한 도로가 있어 옆 동네에 부러울 것 하나 없었고, 대학 입시가 끝났을 때 동네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는 저를 부모님과 마을의 자랑거리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대전에 올라오니 심심할 때마다 보이는 편의점들과 정신 차려 걷지 않으면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상인 북적북적한 거리, 퇴근 시간만 되면 보기만 해도 답답한 퇴근 차량들의 행렬 뿐만 아니라 같은 18학번 동기인데도 벌써부터 300번대 과목을 듣는 룸메이트들과 입시 후 플래카드가 걸린 것을 보고 신기해하는 친구들을 보며,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도 있었으나 후에 갈수록 부끄러움과 열등감만이 남았습니다. 제가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지역, 대학에만 있으니 그저 어딘가에 속해있지 못하고 붕 뜨는 느낌, 차라리 평생을 마을 안에서 살 걸 하는 후회가 몰려왔습니다.


 이러한 느낌, 생각 속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 할수록, 고교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한적한 고향, 응원해주던 사람이 많은 고향,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신감과 주위의 사람들이 있던 고교 시절. 즉 저의 우물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랬기에 너무 멀어 쉽게 가지 못했던 집을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내려갔습니다. 서대전역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점차 익숙한 풍경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넓게 퍼진 농장들. 흔히 사람들은 드넓은 경작지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들 합니다. 저 역시 그런 풍경들을 보니 벌써부터 고향에 온 듯 편안함이 몰려왔습니다. 그 후 기차에서 내려 시내버스를 타고 마을버스를 타니 기사님이 친근한 목소리로 제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려오고, 마을 거리에 멀리서부터 방긋 웃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대학 생활이 힘들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 마을의 자랑이라면서 격려해주시는 마을 사람들과 그저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눈 깜짝할 새에 적응을 마치고 이제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말 때문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서는 뒤에서 헤매고 있을지 몰라도, 이전의 어떤 우물 속에서는 무언가를 누구보다 잘했기에 새로운 세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던 겁니다.


 어느 분야가 될지, 어떤 시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이루어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시점이 올 것입니다. 그때쯤이면 이제 대학이 제가 지칠 때 돌아올 수 있는 공간이 되겠지요.

정중지와. 우물 밖의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발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등등의 뜻들. 하지만 무작정 앞만 보며 달려갈 순 없습니다. 모두에게 잠깐 숨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고, 쉬러 갈 장소가 필요합니다. 즉 가끔은 우물 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우물 속에서 자신감, 도전 정신, 자긍심 등, 본인이 필요한 것을 채워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학교에 재학 중인 학우분들이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대학 생활을 보내는 지는 제가 알 길이 없지만, 혹시 예전의 저와 비슷한 느낌을 느끼고 계신 분들은 잠시 시간이라도 내어서 본인의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을 발판으로 삼아, 열등감이 아닌 자신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에 나아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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