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홍 기술경영학부 16학번

 이번 설 연휴에, 나의 유년기를 즐겁고 풍부하게 만들어준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가 마지막 영화를 내놓았다. 동시에 흥분되면서도 슬퍼지는, 이 복잡미묘한 감정은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몇몇은 영화가 끝난 후 울면서 나가기도, 아쉽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가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별의 현장이었다. 

 필자는 2010년 처음으로 ‘드래곤 길들이기’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감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드래곤들을 무찔러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고전 동화나 판타지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드래곤’을 매개체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타 존재와의 교감과 우정을 환상적으로 표현했다. 주인공 ‘히컵’과 드래곤 ‘투슬리스’의 우정은 단순한 보호자와 애완동물의 관계가 아닌, 서로의 신체적 약점을 커버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닌 성숙한 형태이다. 그로 인해 더욱 관계의 중요성과 그 무게에 대해 잘 알려주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형태의 ‘우정’은 ‘드래곤 길들이기’ 시리즈를 통관하는 하나의 큰 주제라고 볼 수 있다. 

 시리즈의 첫 영화가 우정의 시작, 만남을 의미했다면 이번 영화는 헤어짐을 알려주었다. 상대의 자유를 위해, 그의 삶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때가 되면 이별이 필연적인 순간이 오게 된다는 것. 상대를 이전처럼 오래 볼 수는 없지만, 상대에게는 그만의 길이 있고 그 길을 잘 나아가길 뒤에서 응원해야 한다는 것. 당장 마음 아프고 힘들더라도, 서로의 행복과 미래를 응원할 수 있는, 진정으로 ‘성숙한’ 우정, 혹은 넓은 범위의 사랑인 셈이다. 

 영화를 보고 생각난 일화가 하나 있다. ‘크리스티앙’이라는 이름을 지닌 사자를 키운 두 청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호주에서 온 두 청년이 헤롯 백화점에서 팔던 아기 사자를 구매하고, 잘 키운 후에 야생으로 돌려보냈다는 이야기이다. 평생 자유를 만끽할 수 없을 수도 있었던 이 사자에게 두 청년은 성숙한 우정을 선보였다. 자신들이 계속 키울 수도 있었겠지만, 사자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기 위해 야생으로 보냈으니 말이다. 크리스티앙은 몇 년 주기로 자신을 계속 찾아온 두 청년을 반갑게 맞이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예시가 성숙한 우정이 낳은 아름다운 이별을 대표하는 가장 좋은 사례라고 생각된다.

 흔히 ‘이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름답다기보다는 슬프고, 쓰라린 감정이 떠올랐다. 그러나 어떤 이별은, 비록 슬프지만 그 너머로 상대를 위한 진정한 행복의 염원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 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