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문학 전공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올해 처음 카이스트 문학상 심사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수필의 성격 때문에 학생들의 진솔한 일상과 속내를 가까이에서 엿볼 수 있었다. 단순한 독후감 성격의 글도 있었지만, 외상적인 경험이나 우울증, 외로움 등 좀처럼 드러내기 힘든 내밀한 개인적 이야기를 공유하려는 글이 많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수필 부문에는 전년보다 많은 응모작(17명이 29편을 투고)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교훈적인 결말을 내려는 강박이나 감정 과잉의 감각적인 표현이 남용된 글이 많아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익명 투고작인 “나도”가 주제나 문체 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점을 심사평에서 언급하고 싶다. 익명 투고라는 점 때문에 당선작으로 추천할 수 없었지만, 극한의 감정선을 폭발적으로 그리고 절절하게 전달하며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 신문지면에 게재되었다면 이런저런 사연으로 힘겨워하는 학생들에게 큰 위안이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투고해 준 용기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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