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대화에 진전 없으면 천막 농성도 가능하다”

올해 출범한 학부총학생회(이하 총학)는 “등록금을 반드시 인하하겠다”라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워 당선되었다. 이에 따라 등록금 인하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학내 곳곳에 현수막이 게시되기도 했다. 지난달 3~4일에는 학부과정 학우를 대상으로 등록금 관련 전체학생총투표(이하 총투표)를 실시했다. 서남표 총장의 개혁으로 등록금이 인상된 이래 3년이 지났지만 등록금은 아직도 학교와 학우 사이에 계속되는 논쟁의 대상이다

 

총학, 총투표 이후 등록금 운동 대외 홍보

지난 2월에 실시한 총투표에서 95%에 달하는 지지를 얻은 이후, 총학은 외부 언론에 우리 학교의 등록금 문제를 알리는 등 간접적인 등록금 인하 운동을 전개했다.

 

중앙일보 2월 24일 자에는 우리 학교의 등록금 정책이 ‘공부 잘하면 면제, 그 후 2년'이라는 제목으로 다뤄졌다. 박승 총학 회장은 인터뷰에서 ‘학우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5일 열린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대학 총학생회장 간담회’에도 이병찬 총학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총학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여러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토론하면서 우리 학교의 등록금에 대해 설명했다.

 

학교에서는 근로 장학금 인상 등 대안 제시

지난달 16일, 총학은 수업료, 차등 수업료 제도, 연차초과 수업료 제도의 폐지와 새로운 등록금 심의 위원회 구성을 학교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학교는 긴급 보직교수 회의를 열고 총학의 요구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논의 결과를 학우에게 전달하고자 지난 2일 포털 공지를 포함해 학내에 공지문을 게시했다.

 

공지문에서는 학우의 학비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학교의 대안이 제시되었다. 이들 대안에 대해서는 총학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 총학 부회장은 “물론 이들 대안 시행으로 학우의 생활이 좀 더 나아진 만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라며 “등록금 자체를 인하해야 한다”라고 지속적인 운동 의지를 밝혔다.

 

학교는 먼저 학비 징수의 대안으로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들었다. 그러나 이 제도는 B 학점 이상에게만 적용되는데 우리 학교 학우들은 B 학점 이상이면 등록금을 내지 않으므로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 이에 대해 백경욱 학생처장은 “그 점에 대해서는 학교에서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라며 “대학마다 평점 평균이 차이가 있는데도 학자금 대출과 이공계국가장학금의 자격 요건을 모든 학교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에 대해 한국장학재단 측과 추가로 이견을 조율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은행과 우리 학교가 별도로 체결한 협약으로 우리은행에서는 학점 제한 없이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음을 밝혔다.

 

그동안 많은 학우를 비롯해 총학에서는  ‘과목 대부분에서 상대평가를 하고 있어 누군가는 등록금을 내야 하는 구조’라고 주장해왔다. 백 처장은 이에 대해 “많은 과목에서 상대평가로 평가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큰 오해다”라며 “거의 모든 과목에서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총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정책 변경 어려워

등록금 관련 공지 이후, 총학은 계속해서 등록금 인하 운동을 진행하며 ▲가을학기부터 전국 국공립대 평균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하하고 ▲교직원과 학생, 외부 전문가로 조직된 등록금 심의 위원회를 설치할 것 ▲차기 총장 후보에게 등록금 관련 질의서를 보내 답신을 받을 수 있게 해줄 것을 지난 5일 학교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학교는 서 총장의 연임이나 새 총장의 부임이 결정되는 7월에야 등록금 심의 등 협의 진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 총장의 임기가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당장 등록금을 인하하고, 등록금 심의 위원회를 조직하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백 처장은 “이미 이번 학기의 등록금이 모두 징수된 상태에서 당장 등록금 심의 위원회를 조직해도 아무런 효력이 없을 것이다. 지금 정책을 바꾼다 해도, 새로운 총장이 온다면 전체적인 정책이 바뀌면서 소용이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대화 물꼬 튼 총학과 학교, 등록금 인하 가능할까

현재 상황에서는 학교에서 총학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밝히자 총학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무기한 농성을 하겠다”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박 총학 회장은 “학교 당국을 압박하고 상황을 대외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학교는 총학에 농성보다는 대화를 하자고 제의했고, 오는 27일 서 총장과 총학이 대화하기로 합의했다. 백 처장은 “학생들이 대화 대신 농성을 한다고 해서 얻는 실익이 있을지를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라며 “농성을 한다 해도 그것은 다시는 대화의 여지가 없을 때의 마지막 대책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견해를 밝혔다.

 

서 총장과의 면담에 앞서, 지난 16일 장순흥 교학부총장과 총학이 등록금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21일(오늘), 등록금 정책의 세부 사항을 담당하는 이광형 교무처장과 면담한다. 한편, 서 총장과의 면담은 학교와 합의 당시에는 오는 23일 전에 진행하기로 했으나 총장의 이번 주 출장으로 27일으로 미뤄졌다. 박 총학 회장은 “학교와 대화하되 추이를 보아 천막농성 여부에 관해 다시 내부 상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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