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관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이번 KAIST 문학상 시 부분에는 39명의 학생이 103편의 시를 응모해 주었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상 기회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공계 대학생으로서 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또 직접 창작을 해본 것만으로도 삶이 훨씬 깊어지고, 풍요로워 지는 경험을 해 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응모작이 많았던 만큼 수상작으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작도 여러 편 눈에 띄었다. 김태우의 <아무개의 현대인>은 위트와 재치가 돋보였고, 김도희의 <허기>는 허기와 폭식이라는 일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이 경험하는 근본적인 공허감을 잘 끌어냈다. 이현정의 <체중계의 역사>는 다이어트, 외모지상주의에 병든 현대인의 모습을 체중에 대한 집착을 중심으로 잘 표현했다. 박정준의 <자기 소개>는 도발성과 형식파괴가 돋보였지만, 표현이 다소 거칠고, 기성 시인의 시에서 한번쯤 본 듯한 시상의 전개가 아쉬웠다. 여기서 일일이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이밖에도 세계에 대한 인식과 이해의 폭을 키우고, 표현을 다듬어 가다보면,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시를 쓸 수 있는 충분한 잠재성을 지닌 학생들의 작품이 다수 있었다.  

 구인용의 <엄마 아들>과 강승한의 <스무 살의 청년>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만큼 우수한 작품이었다. 그와 동시에 세상을 보는 시각에서 뚜렷한 대비를 보여줘 무척 흥미로웠다. <엄마 아들>은 따뜻한 언어로 내면 성찰을 표현한 반면, <스물 살의 청년>은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차갑고 냉소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두 작품 모두 당선작으로 선정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작품이지만, <스물 살의 청년>의 경우 풍자와 조롱에 그칠 뿐 대안이나 비전까지 인식이 확대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가작으로 선정했다. <엄마 아들>은 시상이 다소 관념적이어서 화자가 아파하고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잘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아픔이 반성과 성찰로 이어져 성숙의 계기로 승화되는 점이 돋보여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수상한 두 학생에게 축하의 마음을 전하며, 아쉽게 수상의 기회를 얻지 못한 37명의 학생들에게는 다음 문학상에서는 더 분발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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