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크 상페 -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프랑스의 한 마을, 자전거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이가 있다. 기계적인 고장에서부터 세심한 손질까지. 그의 실력을 따라올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사진사가 자전거를 타는 따뷔랭의 모습을 촬영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가 사실 자전거를 전혀 탈 줄 모른다는 것 빼고, 말이다.

 따뷔랭은 평생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다. 다쳐도 놀라지 않을 만한 곡예를 펼쳐 서툰 자전거 실력을 숨기고, 유쾌한 말솜씨로 위기의 상황을 모면했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의 모습은 모두 거짓말이다. 사람들이 그를 더 좋아할수록 그는 혼자서만 비밀을 끌어안아야 했다.

 사진사 피구뉴는 이방인이었지만 뛰어난 촬영 솜씨로 금세 마을에 녹아든다. 사람들은 피구뉴의 사진에 심오한 상징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의 안목을 뽐내고자, 사진 속에서 상징을 찾는 데에 매달린다. 따뷔랭의 아내 마들렌은 남편의 자전거 곡예를 우려했지만, 환자를 돌보고 있는 자신의 사진에서 자애로운 간호사의 모습을 발견한 후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여겨지기 위해 따뷔랭을 지지했다. 또 다른 이들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따뷔랭의 사진에서 자전거를 타고 날아오르는 이카로스를 찾아냈다. 모두 내세우기 위해 사진에 담긴 한순간의 모습에 자신을 끼워 맞춘다. 따뷔랭이 평생 그래왔듯이.

 따뷔랭이 몰랐던 것은 피구뉴도 그만의 사정으로 힘들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진사는 중요한 순간을 잡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하고 있었다. 따뷔랭이 비밀을 털어놓기로 했을 때, 피구뉴는 자전거 곡예 사진은 우연히 찍힌 것임을 밝혔다. 따뷔랭은 분노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던 피구뉴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불행한 사진사가 상심한 자전거 전문가에게 돌아왔을 때, 둘은 그들의 비밀을 향해 웃을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탈 줄 모르고 예술적인 순간을 잡아내지 못한다 해도, 따뷔랭은 자전거 곡예를 해냈고 피구뉴의 사진기는 그를 담아냈다. 그들을 괴롭히던 비밀이 드러났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둘이 얼마나 자전거를 잘 타고 사진을 잘 찍는지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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