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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총장 , 횡령 혐의로 고발당해... 직무정지 판단 유보
총장 “있을 수 없는 일” ... 표적 수사 논란에 과학기술계 반발 일어
[457호] 2019년 02월 12일 (화) 이희찬 기자 hclee99@kaist.ac.kr

 지난해 11월, 우리 학교 신성철 총장이 DGIST 총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국가 연구비를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아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우리 학교 이사회에 신 총장의 직무 정지를 요청했지만, 이사회는 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차기 이사회에서 다시 논하기로 했다.


횡령 혐의와 편법 채용 논란에 휩싸여

 신 총장은 두 가지 의혹에 휩싸였다. 첫 번째는 LBNL(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시설인 XM-1 장비를 무상으로 사용 가능함에도 사용료를 집행했다는 의혹이다. DGIST는 2012년부터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LBNL-DGIST 공동연구를 위해 매년 9억 원 상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XM-1 장비는 국립연구소 소유로 사전 승인을 받을 시 사용료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신 총장은 관련자에게 XM-1의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지시하여 5년간 약 20억 원을 부당하게 집행했다”고 밝혔다. 신 총장의 지시로 한국연구재단에는 무상의 공동연구과제협약서만 제출하고 유상의 용역연구협약서는 따로 작성하는 이면계약을 실행했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주장이다. 두 번째는 신 총장의 제자였던 임 모 씨의 급여를 챙겨주기 위해 DGIST의 겸직 교수로 채용하고, 일하지 않았음에도 돈을 지급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과기정통부는 “LBNL로 넘어간 돈들 중 일부만 LBNL으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임 모 씨의 급여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신 총장은 절차를 무시하고 임 모 씨를 DGIST로 채용할 것을 지시해 인건비 1.4억 원을 부당하게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신 총장과 LBNL, 의혹에 대해 해명

 논란이 일자 신 총장과 LBNL은  반박에 나섰다. 첫 번째 의혹에 대해 신 총장은 “국제 공동연구협약은 두 국가 간 신뢰의 문제인 만큼 결코 이면계약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LBNL에서 현물 지원에서 무상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은 XM-1 사용에 필요한 장비비와 나노 패턴 제작비, LBNL측 연구원 인건비로 사용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독자적인 사용 권한을 확보하기 위한 금액은 LBNL의 요청에 따라 DGIST가 현금 지원한 것이기 때문에 이중 부담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현금 지원까지 해가며 독자적 사용 권한을 확보한 이유로 신 총장은 “연구자 시절 첨단 장비의 우수성을 절실히 경험했기에 공동연구는 물론 국내 연구자들에게 LBNL의 첨단 장비를 제공할 수 있다면 국가 R&D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투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BNL은 우리 학교 이사회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LBNL은 “DGIST와 LBNL 사이의 계약은 적용 가능한 모든 미국 법령과 규정을 준수하고 연구소는 물론 미국 에너지부의 검토와 승인을 받았다”고 밝히며 적법하지 않은 과정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XM-1 장비 사용료 자체는 무상이 아니라고 말했고 DGIST로부터 받은 금액은 모두 연구비로 사용되었다고 주장했다. DGIST가 장비 가동의 최소 50%를 사용하기 위해 운영비를 낸 것이며 DGIST의 계약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계약이 25개 이상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의혹에 있어 신 총장은 “편법 채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제자 임 모 씨는 신 총장의 연구원 시절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연구자로, 현재는 LBNL에서 정규직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신 총장은 두 기관이 공동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교량 역할을 하는 담당자가 필요했고 LBNL에서 인증된 인재인 임 박사가 자연스레 채용된 것이라고 밝혔다. 신 총장은 “임 박사 채용에 관한 사항은 신물질과학 전공 내 교수들 간의 논의를 거쳐 전공 책임 교수가 최종 결정했고,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쳤으며 관련 서류도 보존되어있다”며, “임 박사 채용을 위해 논의 과정이나 급여 결정에 있어 총장으로서 지시하거나 경제적 이득을 줄 수 있도록 관여한 사실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DGIST가 LBNL에 송금한 금액이 임 박사의 인건비에 쓰였다는 의혹은 LBNL의 서한에서 해명했다. LBNL은 “DGIST에서 받은 모든 금액이 연구와 관련된 곳에 쓰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출 근거와 자료가 있다”며, “임 박사의 임금에 대한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다.


신 총장과 과기정통부의 주장 엇갈려

 이런 반박에 과기정통부는 DGIST와 LBNL 실무자들 사이에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에서 횡령 등의 정황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해당 이메일에는 ‘몰래 서류를 조작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DGIST 측 의견에 따라 공동연구과제협약서와 용역연구협약서를 별도로 작성했다’와 같은 문구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LBNL은 “이는 해당 메일의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한 부분만 발췌한 것”이라며 “모든 계약은 적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미국 내 규정을 지켰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관점에서는 불법이다”고 잘라 말하며 “DGIST가 계약을 맺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규정을 어긴 것이다”고 주장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DGIST는 연구자가 아닌 계약을 담당하는 직원을 통해 계약을 해야 했지만 이를 위반했다는 뜻이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LBNL이 자체 회계 규정으로 일을 처리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이유는 없다고 했지만 DGIST가 송금한 약 22억 원 중 13억 원 가량이 임 박사 급여로 지급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정규직 연구원 임금을 기준으로 임 박사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LBNL의 설명과 일치하지 않는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감사에 필요한 자료를 LBNL에게서 받지 않고 제보자나 조사 당사자에게 받는 방식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이런 방식 때문에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지만, 과기정통부는 LBNL에게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 어떠한 답신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2016년 DGIST에 대한 강도 있는 감사가 있었음에도 이제서야 의혹을 제기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도 있다. 

 

 

   
▲ 우리 학교 정문 앞에 신 총장을 지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유환 기자)


과학기술계 성명서 발표해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의 비위 혐의를 확인한 후 검찰에 고발함과 동시에 우리 학교 이사회에 총장직 직무정지를 공문을 통해 요청했다. 이에, 우리 학교 물리학과 교수들과 전국 과학기술원에 재직 중인 600여 명의 교수들은 직무정지 요청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전국 과학기술인들은 성명서에서 ‘DGIST는 시설 총 가동 시간의 50%를 사용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대가로 시설 운영비의 13%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불하는 효율이 높은 계약에 성공했다’며, ‘열정적으로 연구에 임한 연구자들과 리더에게 오명과 좌절을 안기는 사태를 초래했다’고 유감을 표했다. 또한, ‘정치적으로 과학기술계의 방향을 좌우하려는 시도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적절치 않으며, 이념과 관계없이 능력 있는 인물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한국의 많은 과학자가 전 정부 때 임명된 신 총장을 겨냥한 정치적 의도에 의해 직무정지가 요청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DGIST 연구비 부당집행 의혹에 대한 제보를 조사하던 중 LBNL 연구원의 인건비를 신 총장의 지시로 부당하게 지원한 의혹도 발견돼 시작한 조사라고 해명했다.


이사회, 직무정지 유보하기로 결정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과 LBNL의 반론이 그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12월 14일 진행된 제261차 정기 이사회에서 신 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사회는 과기정통부가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법적 조치를 이행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해당 건은 차기 이사회에서 다시 논하기로 결정했다. 과기정통부는 당일 이사회가 종료된 이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신 총장이 이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적 문제로 만든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신 총장에게 “향후 교육자로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와 신 총장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만큼, 검찰 수사를 통해 내막이 드러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다. 차기 이사회의 판단, 과기정통부 감사 결과와 검찰 수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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