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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주인공인 1인 미디어 세상
[456호] 2018년 11월 27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유명 게임을 플레이하고, 맛집을 찾아다닌다. 새로운 장난감을 소개하거나, 경영대학 수업도 들려준다. 우리는 원한다면 콘텐츠를 찾을 수 있고, 또 나눌 수 있다. 거대 언론사나 방송사가 아니더라도 세상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매스 미디어가 장악하고 있던 세상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개성 있는 이야기들이 매력적인 1인 미디어의 세계로 떠나보자. 


양방향 소통 매커니즘의 등장

 1인 미디어란 전문적인 기술과 많은 사람의 협력 없이도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형태의 매체를 말한다. 콘텐츠의 제작과 공유에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기에, 주체가 몇 개의 언론과 방송으로 제한되던 과거보다 그 종류가 다양해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1인 미디어라는 이름은 꼭 생산자가 1인이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많은 자본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도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

 낮아진 진입 장벽과 콘텐츠의 다양성은 1인 미디어의 첫 번째 특성이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 생산자의 진입 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콘텐츠 소비자의 접근을 쉽게 만들었다. 웹을 통한 양방향 정보 공유는 1999년 정보 아키텍처 컨설턴트인 다시 디누치에 의해 Web 2.0이란 개념으로 처음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그녀는 저서 <조각난 미래(Fragmented Future)>에서 “웹은 단순히 텍스트와 그래픽을 제시하는 스크린의 집합이 아닌 새로운 소통 메커니즘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라며 현대의 우리가 이해하는 웹의 개념의 토대를 제시했다. 그녀는 “웹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TV, 휴대전화, 자동차 스크린, 휴대용 게임기, 심지어는 전자레인지에도 나타날 것”이라 덧붙였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20년이 지난 지금 SNS, BitTorrent, IoT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기존의 매스 미디어가 정보의 단순 표현에 국한된 Web 1.0이었다면, 1인 미디어는 모두가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Web 2.0의 개념에 가깝다.


콘텐츠의 한계를 넘다

 1인 미디어는 기존 미디어의 주된 형식을 대체 또는 보완하는 형식으로 발전해왔다. 가장 먼저 등장한 1인 미디어는 텍스트 형식으로,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가 대표적이다. 1999년 시작된 SNS 서비스인 싸이월드는 일상과 흥미를 공유하는 것에 그치며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지만, 2003년 시작된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더욱 다양한 주제의 글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2005년, 다음(Daum)은 네티즌들의 이야기로 뉴스를 만드는 블로거 뉴스를 런칭하며 텍스트 형식에서의 1인 미디어의 도래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모든 사람이 문서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위키백과와 비슷한 개념이다. 블로거뉴스와 위키백과는 각각의 생산자가 각자의 저작물을 만드는 것과는 다른 형식의 1인 미디어로, 독립된 생산자들이 모여 하나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차이를 가진다. 

 팟캐스트라는 용어는 텍스트 다음으로 등장한 음성 형식의 1인 미디어이다. 애플의 아이팟과 방송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브로드캐스팅의 합성어로, 생산자는 각자의 라디오 채널을 운영하며 음성파일을 편집하여 업로드한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음성을 송출하는 형식의 미디어는 인터넷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통용된다. 팟캐스트는 2004년 가디언지의 기자 벤 해머슬리의 기사에 처음 등장하는데, 기사에서 그가 인터뷰한 라디오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라이든은 “팟캐스트는 후원자도 편집자도 만족시킬 필요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신문사가 꿈꾸는 일”이라며 새로운 미디어의 장점을 부러워했다. 팟캐스트는 영상 미디어가 등장한 이후에도 변함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대 팟캐스트 사이트 팟빵의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2012년 20만 명에서 2017년 32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영상 형식의 1인 미디어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네트워크 속도 개선 등에 힘입어 지금까지 소개된 미디어 형식에 시청각적 요소를 더했다. 트위치, 아프리카TV, 유튜브 등의 플랫폼으로 대표되며, 미리 제작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과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분류된다. 스트리밍의 경우 시청자들이 채팅창을 통해 직접 제작자와 소통할 수 있어 더 높은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더욱 다양해지는 콘텐츠와 늘어나는 시청자는 새로운 산업의 등장을 야기한다.


더 체계적으로, 더 거대하게

 앞서 소개된 네이버와 다음 블로그, 팟빵, 유튜브 등의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1인 미디어의 성공을 이끈 기술적 토대이자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리는 산업이다. 공유와 제작은 전혀 다른 문제로, 생산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야만 한다. 연예인들이 더욱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소속사에 들어가는 것처럼, 1인 미디어 제작자들 또한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Channel Network, MCN)를 만들어냈다. 처음 MCN이 등장한 곳은 유튜브로, 유튜브에서 수익을 올리는 제작자들이 많아짐에 따라 이들을 묶어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 같은 목적으로 모인 소규모의 제작자 네트워크도 MCN으로 볼 수 있지만, 보통은 유튜브 혹은 해당 플랫폼과 정식 계약한 기업체를 뜻한다. MCN이란 이름 역시 유튜브의 직원 제드 사이먼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으며, 유튜브는 MCN을 “여러 유튜브 채널과 제휴한 제3의 서비스 제공업체로서 시청자 확보, 콘텐츠 편성, 크리에이터 공동 작업, 디지털 권한 관리, 수익 창출 및 판매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CJ E&M이 운영하는 DIA TV가 대표적으로, 17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게임 방송 제작자인 대도서관과 16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 등이 DIA TV에 소속되어 있다. 

 MCN 업체들과 콘텐츠 제작자들은 많은 인기를 끌며 기존 미디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구글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 시청자들의 전체 미디어 소비량 가운데 기존 방송사의 지분은 25%에 불과하다. 그 빈자리는 1인 미디어 채널과 MCN 업체들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 형식의 변화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정보 공유 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이에 본지는 대학 교육을 1인 미디어 패러다임에 맞춰 변화시키고자 하는 우리 학교 경영대학 김영걸 교수를 인터뷰했다. 더불어 경영학의 측면에서 1인 미디어 산업이 타 산업과 주고받는 영향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1인 미디어의 현재를 묻다

 김영걸 교수는 2001년부터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객관리 분야의 강의를 해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트위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새로운 플랫폼을 교육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문제씩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받는 형식이었다. 그러던 2015년, 새로운 플랫폼인 아프리카TV가 부상했다. 김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아프리카TV를 통한 경영학 수업을 시작했다.


Q. 새로운 강의 형식이 기존의 방식에 비해 가지는 장점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우리 학교가 기존에 시도하던 비슷한 형식의 교육으로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MOOC는 녹화된 강의를 제공하는 형식으로, 교수와 학습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MOOC가 단방향적이라면 아프리카TV를 통한 강의는 양방향적이다. 강의를 듣는 누구나 채팅창을 통해 바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면 강의 역시 이론적으로는 같은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실제 수업에서 질문하는 학생은 드물다. 토론 수업 등 여러 활동을 시도해보았지만 거의 교수만 말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아프리카 TV에서는 한 시간짜리 강의에 수백 개의 질문이 들어왔다. 익명성 때문에 악성 참여자들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대부분 학습과 관련된 질문과 코멘트였다. 


Q. 강의는 어떤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나요?

 강의 중 채팅을 통해 참여하는 시청자 중에는 고등학생 이하의 젊은 학생은 물론, 학부생과 직장인도 있다. 1인 미디어의 특성상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열려있다. 심지어는 아프리카TV가 금지된 중국에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시도한 적도 있다. 특히 MBA나 경영 관련 진로를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대부분 학생은 대학 입학 전, 대학의 수업을 들어보지 못하고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대학원도, MBA과정도 마찬가지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를 이렇게 높은 위험을 떠안고 골라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전에 처음 보는 학생이 특별히 수업 준비를 잘 해와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학생은 아프리카TV를 통해 경영학을 배웠고 그를 바탕으로 카이스트 MBA 과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우리 학교 경영대학 지원자가 20% 증가했다. 이처럼 학습자들이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그들에게 경영학이라는 학문을 알리는 데 아프리카TV 방송이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1인 미디어가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셀 수 없이 많다. K-Pop과 같은 한국의 문화 콘텐츠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공유 플랫폼이 없었다면 전 세계로 뻗어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K-Pop이 도약하기 전, 해외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이미 세계적인 유통망을 갖고 있었다. 자본도 없고 전통도 없는 우리 문화 산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온라인 매체의 기여가 컸다. 일반 기업들도, 사회적 기업들도 이와 같은 플랫폼 없이는 홍보나 크라우드 펀딩을 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두메산골에 있는 농부에 비유해보자. 최고의 농산물을 키워도 중간 도매상들에게 이윤을 많이 뺏기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을 통해 직접 공유를 하면 중간단계를 모두 건너뛰어 이윤을 자신의 것으로 돌릴 수 있다. 


 김영걸 교수의 인터뷰처럼 1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한 미디어 혁신은 사회 다양한 분야에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다양성이 늘어남과 동시에, 정보의 공유 방식 자체가 변화해간다. 어느새 1인 미디어는 우리의 일상에 깊게 자리잡았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며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겁낼 필요는 없다. 1인 미디어의 세상에 바로 뛰어들어보자.



 

참고문헌 | 

<청각 혁명>, 벤 해머슬리, 더 가디언

<조각난 미래>, 다시 디누치, Print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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