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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빈센트展>, 고흐가 걸었던 길 위에서
[456호] 2018년 11월 27일 (화) 하예림 기자 yerimha13@kaist.ac.kr
   
 

 푸른 빛의 빈센트가 보인다. 화사한 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그는 혼란스러운 듯하다. 의자에 앉은 그의 눈빛이 잔잔히 흔들린다. 시선을 돌리자 고흐의 눈으로 바라본 밤하늘이 펼쳐진다. 소용돌이치듯 휘감긴 별과 구름 아래로, 환하게 불을 밝힌 카페가 보인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던 고흐의 세상에 발을 디디며, 그의 시선을 발견한다.

 <러빙빈센트展>은 영화 <러빙빈센트>의 작가와 감독인 도로타 코비엘라와 휴 웰치먼이 공동으로 기획했다. 2017년 개봉된 폴란드-영국 합작의 영화 <러빙빈센트>는 20개국 출신 125명의 화가가 참여한 실험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세계 최초로 모든 장면이 유화로 그려진 영화이기도 하다. 전시장에서는 영화 제작에 얽힌 이야기와 촬영에 사용된 약 65,000여 점 중 125점의 유화 프레임을 만나볼 수 있다. 95분 길이의 영화를 위해 약 10년 동안 모든 그림을 직접 그려 촬영한 예술가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125명이 그려낸 고흐의 이야기

 아르망은 고흐의 흔적을 쫓는다. 그가 마주친 장소들, 만나는 인물들 모두가 고흐의 그림을 모티브로 표현되었다. 도로타 코비엘라는 예술 작품을 모으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녀는, 고흐가 주변 인물이나 물건과 같은 개인적인 소재를 작품에 담았기 때문에 그의 작품을 통해 인생을 재구성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전시는 125명의 화가가 배우들이 연기한 장면을 유화로 그려내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가들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캔버스 밖의 풍경이나 다른 시간대로 재구성한 고흐의 그림이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은 모두 고흐의 원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유화 작품들은 수 초의 장면을 위해 짧게는 몇 시간에서부터 길게는 몇 주까지 걸린 것이다. <러빙빈센트> 제작에 참고했던 다른 영화들,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도 소개되어 있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실제 제작에 참여한 화가 중 한 명을 직접 만나고, 그가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인간 고흐의 삶과 죽음

 <러빙빈센트>는 미쳐버린 천재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고흐가 테오에게 쓴 편지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생애를 잔잔하게 조명한다. 도로타 코비엘라는 그의 생을 주변 인물의 시점에서 재구성한 이유에 대해, 고흐가 가장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던 시기가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그가 오베르에서의 마지막 6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다양한 인물을 통해 밝혀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했다 말했다.

 고흐의 죽음은 그의 삶만큼이나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영화에서 아르망과 마제리 박사가 그러했듯, 몇몇 사람들은 고흐가 자살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전시장에 설치된 ‘미스터리 보드’는 이러한 의문과 양측 의견에 대한 근거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내내 던져진 질문은 결국 끝을 맺지 못한 채 관객에게 그의 마지막을 상상하도록 한다.


110년 만에 세상에 나오다

 <러빙빈센트>의 첫 대규모 전시답게, 독일 티에츠(Tietz) 가문에서 소장하는 고흐의 그림 두 점이 한국에서 최초로 전시된다. <수확하는 두 농부(Two Harvesters)>는 15일부터, <꽃이 있는 정물화(Floral Still Life)>는 23일부터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1908년에 유일하게 공개되었던 빈센트 반 고흐 원작의 정물화가 110년 만에 다시 사람들 앞으로 나선다.

 원형 프로젝트 공간에서는 원형의 스크린에 재현된 고흐의 명작 <까마귀가 나는 밀밭(Wheatfield with Crows)>을 감상할 수 있다. 까마귀들이 밀밭을 돌아 날아가는 광경 한가운데에서 관객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아르망이 고흐의 마지막을 고민했던 밀밭의 풍경은 고흐가 적막이 흐르는 밀밭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고찰해보게 한다.


 고흐는 테오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기를.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수많은 예술가가 다시 탄생시킨 고흐의 이야기로 그의 마지막 바람은 이루어졌다. 전시의 마지막은 고흐가 테오에게 남겼던 말들이 장식한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대단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테오를 향한 고흐의 말은 관객들에게도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잔잔한 밤,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고흐의 그림과 함께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보자. <러빙빈센트>가 우리에게도 고흐의 눈 속에서 빛났던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장소 | M컨템포러리

기간 | 2018.11.16. ~ 2019.3.3.

요금 | 15,000원

시간 | 10:00 ~ 19:00

문의 | 070-4272-1811

사진 | (주)스토리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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