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동아리엔 ‘웃음카드'라는 것이 있다. 이 카드는 오픈동방 때나, MT에 가서 레크리에이션을 할 때, 분위기가 썰렁한 경우에 쓰는 사회자의 히든카드이다. 사회자가 “웃음카드!"라고 외치면, 동아리원들은 억지로라도 큰소리로 웃어야 하는 것. 그런데 이 웃음카드 덕분에 일부러 웃다 보면, 어색한 표정으로 웃는 옆 사람을 보면서 진짜 웃음이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나는 때때로 동아리 밖에서도 웃음카드를 사용할 때가 있다. 우리 학교에서의 삶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매주 나오는 숙제와 줄기차게 달려오는 시험기간을 마주하면, 고등학교 시절 꿈꾸던 대학생활의 낭만은 한숨과 맞바꿈하고 내 표정은 울상이 되어버린다. 그럴 때, 나는 나에게 웃음카드를 외친다. 혼자서 거울을 보고 실컷 웃어젖히면, 다시 나의 꿈을 향해 달려 나갈 힘을 얻는다. 표정도 한결 밝아지고 말이다. 덕분에 인상이 좋아져서 교수님과 친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보너스고.

시험도 끝나고,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4월. 다른 학교에선 파릇파릇한 생동감이 넘쳐흐를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어째 우리 학교엔 봄비가 몰고 온 먹구름만 가득한 것 같다. 시험성적이 차례차례 나와서일까? 아니면 벌써 반 학기가 지나 지쳤기 때문일까?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겐 웃음카드가 필요한 것 같다. 스스로에게든, 친구끼리든, 웃음카드를 외치면 하늘의 먹구름은 걷히지 않아도, 마음 속 먹구름은 걷힐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하나둘씩 웃음카드 애용자가 많아진다면, 우리 학교의 봄날이 조금은 일찍 찾아오지 않을까?

08학번 수리과학과 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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