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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직접민주주의
[455호] 2018년 11월 13일 (화) 카이스트신문 kaisttimes@gmail.com

 2016년 6월에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였고, 전체 투표의 51.9%가 탈퇴를 지지하면서 현재까지 유럽연합 탈퇴를 위한 준비가 이루어졌다. 사실 당시의 국민투표가 법적으로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으나, 국민투표 결과 때문에 사퇴한 카메론 총리의 뒤를 이은 메이 총리는 시민들의 의사를 따르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유럽연합 탈퇴를 준비하기 위해 법적, 경제적 세부 사항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고, 무조건 탈퇴해야 한다는 입장, 관세동맹 형태의 경제적 협력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 탈퇴를 아예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 등이 갈리고 있다. 게다가, 부분적으로 자치권을 가지고 있는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의회와 정치인들도 제각각 다른 목소리들을 내면서 정치적 대혼란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19년 3월로 예정되어 있는 공식 탈퇴 일정이 몇 달 후로 다가왔지만, 영국에서는 사상 초유의 헌정 위기를 겪고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영국은 문서로 작성된 헌법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국민투표는 직접민주주의 형태에서 나온 것으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일부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모든 국민의 의견을 묻는 제도이다. 그 사안이 어떤 사안이 될 수 있는지는 나라에 따라 다르며, 그 기준은 보통 헌법으로 정해져 있다. 대의민주주의가 현실적으로 가진 문제들이 많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국민투표도 대부분 찬성과 반대만을 묻기 때문에 결국은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영국의 헌법 전통에서는 입법부인 의회가 행정부나 사법부보다 큰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국민투표에서 결정된 사항을 의회가 번복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기 때문에 현재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선거들에서는 표를 많이 획득하더라도 당선되지 못하거나 의석을 얻지 못하는 현상으로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면,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문에 직접민주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적인 담론과 분위기를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감안해야 하는 변수들을 제대로 검토할 수 없을 정도로 구도가 단순화될 뿐만 아니라, 맥락을 선택적으로 설명하면서 질문 자체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도록 조작될 가능성이 생긴다. 1934년에 히틀러가 대통령과 총리의 자리를 겸하기 위해 실시한 국민투표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책 투표나 설문지를 작성할 때에는 유도 질문이 되지 않도록 꼼꼼하게 점검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적어도 이 영역에서는 오캄의 면도날이 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사람들의 정치적 선전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한 해에 여러 번 이루어지는 학생 정책투표에서도 이러한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남긴 딜레마가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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