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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만 애니메이션展>, 괴짜 발명가 월레스의 초대장
[455호] 2018년 11월 13일 (화) 류제승 기자 ryjs9810@kaist.ac.kr
   
▲ Wallace & Gromit ©Aardman Animations Limited 2005

  낡은 필름이 재생되고 클레이로 만든 캐릭터가 화면 너머로 익살스럽게 웃는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강아지와 두 발로 걷는 장난꾸러기 꼬마 양도 보인다. 영국의 애니메이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Aardman Studio)의 작품들은 기발한 상상력과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다. 화려한 CG도, 강렬한 연출도 없지만 그들이 만든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아날로그적인 향수를 불러온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등장하던 1990년대, 따뜻하고 경쾌한 분위기의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은 그들만의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클레이로 손수 빚어낸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움직이며 촬영하는 스톱모션 기법은 느리지만,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랜 제작과정에서 영상을 하나하나 만들기 위해 들어간 노력과 정성은 그들의 작품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달은 치즈로 만들어져 있다

 우주선을 타고 날아간 달은 거대한 치즈 덩어리였다. 치즈 애호가 월레스는 달 치즈를 듬뿍 얹은 크래커 한 조각과 함께 티타임을 즐긴다. 이는 <월레스와 그로밋: 화려한 외출>의 가장 유명한 장면으로, 많은 어린이에게 치즈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치즈를 가지러 직접 만든 우주선을 타고 달로 향한다는 기발한 상상은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시작이다. 엉뚱한 발명가 월레스와 전자공학도 강아지 그로밋이 함께하는 모험은 지금도 사랑받는 이야기이다.

 아드만 스튜디오는 피터 로드(Peter Lord), 데이비드 스프록스턴(David Sproxton)이라는 두 소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들이 처음으로 BBC와 계약한 작품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딴 아드만 스튜디오는 1985년 <월레스와 그로밋>을 제작한 닉 파크(Nick Park)가 합류하면서 지금에 이른다. 그들은 상상 속 세계를 스케치북과 컨셉 아트로 옮기고,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작품을 탄생시켰다. 셀 수 없는 고민과 연구의 흔적이 가득한 드로잉들은 세 예술가의 예술적인 시도와 세계관을 보여준다.


찰흙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영웅

 예술가 토니 하트(Tony Hart)의 책상을 어지럽히는 점토 인형 모프(Morph)는 당시 영국 아이들의 영웅이었다.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는 모프는 호기심 많고 밝은 사고뭉치 캐릭터로, 친구 채스(Chas)와 함께 책상을 종횡무진 누비고 다닌다. 닉이 합류하기 이전 아드만 스튜디오의 첫 인기 캐릭터였던 모프는 지금의 아드만 스튜디오를 있게 한 일등 공신이다. 경쾌하고 엉뚱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아드만식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첫 성공이었다.

 아드만 스튜디오의 캐릭터들은 아드-믹스(Aard-mix)라는 특별한 점토로 하나하나 만들어진다. 모든 촬영은 스톱모션 방식을 기본으로 하며, 점토로 만들어진 캐릭터를 예술가들이 조금씩 움직이며 촬영한다. 예술가들은 섬세한 움직임을 구현하고자 프레임 단위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계획했다. 이렇게 삶을 얻은 캐릭터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다양한 소품과 배경 속에서 숨쉬고 움직인다. 괴짜 발명가 월레스가 만들어낸 발명품이나 각종 도구, 집과 건축물들은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와 장인 정신의 결과물이며, 마치 숲을 그대로 옮긴 듯한 자연의 풍경은 아드만 스튜디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빛으로 완성되다

 농장을 떠나 길을 잃은 어린 양이 다리 아래에서 구슬픈 노래를 부른다. 전시 막바지에 공개되어있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숀더쉽>의 한 장면이다. 날이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자 양들은 농장에서의 추억을 떠올린다. 우울함과 그리움, 서로를 향한 동지애가 어우러진 미묘한 감정들은 섬세한 조명을 통해서 완성된다. 천천히 온기를 잃어가는 그림자는 숀과 그 친구들의 애절함을 드러낸다.

 빛은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을 강조한다. 캐릭터를 비추는 적절한 광원은 캐릭터 간의 감정 차이를 드러내거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프레임 단위로 섬세하게 움직이는 조명은 캐릭터에 또 다른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낮과 밤이 오가며 나타나는 매력적인 장면 아래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스크린을 넘어 감성을 자극한다.


 어렸을 때, 유난히 일찍 일어난 아침에 TV를 켜면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를 방송하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졸린 눈을 비비고 동생과 함께 TV 앞에 앉아 보던 아드만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바쁜 삶에 지치고 힘들 때는 이런 따뜻한 분위기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그 추억을 되살려보자.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 재미있게 보았을 영화 속 캐릭터들이 포근한 기억으로 우리를 맞아줄 것이다.


장소 | 부암동 서울미술관

기간 | 2018.10.07.~2019.02.10.

요금 | 15,000원

시간 | 10:00 ~ 18:00

문의 | 02)557-8415

사진 | (주)바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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