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마다 자기가 즐겨 앉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칠판과 가까운 자리를 선호하는 학우도 있고, 반대로 꼭 가장 끝자리에 앉는 학우도 있다. 나는 보통 앞쪽 자리에 앉곤 한다. 열심히 수업을 듣다가도, 가끔 책상에 쓰여있는 낙서나 글씨에 눈이 향할 때가 있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낙서도 있고, 눈이 감겨온다거나 배가 너무 고프다는 다급한 메시지가 담겨 있기도 하다. 그런데 중간고사 기간이 지나고 나면, 간혹 다른 글씨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희미하게 쓰여있어서 눈을 가깝게 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시험에 나올법한 공식들이나 내용이 적혀져 있다. 이렇게 책상이나 지우개 등에 작게 조금씩 쓰는 것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아예 책을 밑에 놓고 보면서 시험을 치르는 사람도 있고, 대형 강의실에서는 앞사람의 답안을 유심히 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생명과학과라는 특성상, 커닝의 유혹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받곤 한다.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단어들이나 메커니즘들을 조금씩만 써놓아도 얼마나 편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은 마음을 다잡으며 읽던 책에 다시 집중한다. 커닝을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학습 의욕을 저하하거나, 불공정한 성적을 받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커닝이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도 좋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다. 어떻게 한번 잘 넘어가면, 다음번에도 편하게 좋은 학점을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방법’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놓게 된다면, 우리 학교의 훌륭한 학우들이 큰 인물이 되었을 때, 옳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학교 학우들은 앞으로 세계 무대를 선도해갈 최고의 지성인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조금씩만 더 신중하게 판단한다면, 이 캠퍼스에서 커닝이라는 달콤한, 그러나 치명적인 유혹이 사라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08학번 생명과학과 목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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