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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 , 대법원서 무죄 선고 ...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은
[455호] 2018년 11월 13일 (화) 오현창 기자 hyunchang@kaist.ac.kr

 종교를 비롯한 자신의 신념이나 양심에 따라 병역 의무 이행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 거부’가 위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이하 재판부)는 2013년 7월 현역으로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고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오승헌(34)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한 까닭은

 재판부는 본 판결에 대해 “자신의 내면에 형성된 양심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에게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판결 근거에 대해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며, 개인의 양심 역시 병역법에 명시된 병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4년 만에 뒤집힌 판례

 병역법 제88조 1항은 소집 통지서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된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할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이 ‘정당한 사유’에 개인적 양심이 포함될 수 있는지가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논란에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개인적 양심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며 당 사항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고, 하급심 법원은 본 판례에 따라 일률적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미 지난 6월 병역법이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 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 명한 바 있다. 본 판결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함께 교도소 대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합법적 대체 복무 제도를 만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옹호하는 국제사회

 한반도와 비슷한 군사적 대치 상황에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 왔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념에 따른 분단국가였던 독일연방공화국은 1949년부터 헌법에 ‘누구든지 양심에 반하여 전쟁 복무를 강요당하지 않는다’며 병역거부권을 직접 명시해 왔다.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 중 영국에서도 개인적 양심에 대한 병역 거부는 존중받았고, 비전투적 역할을 배당받았다. 유엔 인권 위원회는 이미 여러 차례의 결의를 통해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권리를 인정했고, 이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대체 복무 제도를 도입하라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9월, 대한민국 정부는 종교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듬해 대체 복무를 반대하는 의견이 68%로 나타난 여론 조사를 거론하며 이를 보류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 사회의 여론에는 부합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들려온다.


이중적 여론, 타협점 찾는 것이 중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입증할 수 없는 양심이 헌법적 질서와 가치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2016년 한국 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2%가 양심적 병역 거부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의 70%가 대체 복무제 도입에는 찬성했다.

 여론과 무관하게 정부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 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 갈라선 여론 양쪽을 최대한 만족시킬 수 있도록 현역 복무자와의 형평성 및 국방 안보에 손실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인권을 최대한 지켜주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일보가 지난 7월, 국방 위원회 소속 의원 17명 중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7명이 현역 복무기간의 2배가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계 인권의 날에 발표한 ‘인권 정책 10대 과제’ 중 하나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 복무 마련을 꼽았다. 더불어 이듬해인 2017년 4월, 국제앰네스티의 ‘8대 인권 의제’에 대한 답변에서 대체 복무자의 복무 기간을 병역 복무에 비해 길게 설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내리며 “자유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지만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전제로 할 때에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신념에 선뜻 동의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제 이들을 관용하고 포용할 수는 있어야 한다”고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공존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을 슬기롭게 해결하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한 번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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