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우리 학교 바이오및뇌공학과 조용호 교수가 <이것이 이공계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에서 조 교수는 이공계 진학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활용하여 이공계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고, 이공계에 속한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을 조언한다. 중간고사가 끝난 지금, 한국과학기술원에 진학한 우리들은 이공계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기사를 통해 함께 생각해보자.


인간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는 이공계

 이공계는 인문계 정반대에 놓여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상은 서로 다르지 않다.  조 교수는 두 학문 모두 인간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말한다. 원자력 발전을 예로 들어보자. 원자력 기술을 기술의 효율성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해당 기술을 계속 연구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 원자력 기술은 많은 문제를 수반한다. 원자력 발전 후 땅에 매립되는 핵폐기물들은 환경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이후에 어떤 위험부담을 가져올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이는 원자력 발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밑바탕이 된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기술의 발전은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기술을 소비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무엇보다 인간을 위한 연구를 해야 하며, 취미와 연구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연구는 국가나 기업에서 돈과 자원을 지원받아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연구자는 스스로 ‘과연 나라면 내 연구에 돈을 지불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연구를 지원해준 기관이 이 연구를 어디에 쓸 수 있을까 질문하였을 때 그 연구의 효용을 증명해야 연구가 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연구자의 흥미와 그들의 목적이 같지 않은 연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지원할 이유가 없어진다. 다른 이의 자원으로 연구하는 연구자라면 그들의 요구에 자신의 목표를 맞추거나 자신의 목표를 그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인간을 위한 기술은 연구자가 아닌 그 기술을 소비할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선 인간과 사회의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발매하기 이전의 휴대전화는 인간보다는 기술을 뽐내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사가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먹고 사는 문제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흐름을 포착한 애플은 기존의 투박한 모양에 복잡한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와 달리 직관적인 디자인과 인터페이스를 가진 아이폰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시장을 장악했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기술의 고도화보다는 기술이 가지는 부가가치를 중점적으로 생각했고, 이는 기업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 


꿈과 연구, 작은 생각에서 큰 목표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대학 시절은 성인이 되는 첫 관문이자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 시키는 시기이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이 시기에 자신의 꿈과 목표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인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뚜렷한 목표는 자신이 나아갈 방향과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준다. 조 교수는 인생의 목표는 한 번에 찾고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걸어가며 점점 구체화 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연구나 논문 주제를 정하는 것도 목표를 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작은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정리된다. 또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마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주제를 찾는 것이 가능해진다.


목표를 위한 학과와 진로 결정해야

 대학 진학에 있어 학과를 선택하는 일은 중요하다. 본교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학과를 정하는 1학년 말에 수많은 고민이 오간다. 하지만 조 교수는 학과를 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조언한다. 조 교수는 현재 바이오및뇌공학과에 재직 중이지만 학사 학위는 기계공학과에서 취득했으며, 석사 학위는 컴퓨터응용공학, 박사학위는 극미세 기계전자시스템을 연구하여 취득했다. 조 교수가 이러한 길을 걷게 된 것은 자신의 목적을 따라 걸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인간을 위한 기술을 목적으로 현재의 위치까지 왔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확실한 목적은 진로 선택의 순간에 나아갈 길을 제시해준다. 여기서 학과는 단지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학과에 진학할지를 고민하기보다는 왜 그 학과에 진학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과를 정한 이후에도 복수전공과 부전공, 심화전공, 자유융합전공 등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또 한번 고민한다. 조 교수는 이공계에 진학할 사람이라면 융합은 필수라고 말한다. 복수전공과 부전공, 자유융합전공 등의 융합 교육은 전공 중인 학과 이외 학과의 수업 수강을 요구한다. 조 교수는 이러한 융합 교육을 받게 되면, 생각하는 방식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에 있어 단일 학과만 공부한 사람보다 더 다양한 시야와 견해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자신의 목표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공부할 수는 없다. 인생은 한정적이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점을 위한 수강을 하기보다는 필요한 과목을 골라 수강해야 하며, 이를 통해 관심 분야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갈고 닦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부전공과 복수전공을 택해 전공과 다른 학과 과목을 수강할 때에도 서로 다른 학과 사이에서의 연결성을 찾아야 한다.


협업 위해 길러야 하는 개개인의 강점

 특정 분야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강점은 자신의 뛰어남을 뽐내기 위해서가 아닌 타인과의 협업을 위해 필요하다. 자신의 강점이 누군가에게 가로막혀 있는 벽을 뚫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이렇게 상호보완적 관계를 만드는 것은 연구를 수행할 때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진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공계인이 각자의 강점을 통해 서로를 도우며 자신의 역량을 넘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협업 능력이 요구된다.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원이 협력하여 같은 목표에 대해 연구하는 융합 연구가 최근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융합 연구에 따른 위험부담도 역시 존재한다. 연구팀 내의 한 연구 부서가 좌초된다면 연구 자체가 무너져 버릴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소통을 통해 서로의 연구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공유해 팀워크를 다지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조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목표든, 연구 주제든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이공계인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권리이다” 며,“더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이공계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본인의 의지로 본인 인생의 항로를 선택하길 바란다” 고 이공계를 택한 학우들에게 조언했다. 기사의 내용은 조 교수와 필자가 공감한 내용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답이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공계인으로서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참고문헌 | <이것이 이공계다>, 조영호, 해나무

인터뷰 | 바이오및뇌공학과 조영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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